[하승창의 NGO이야기]시민단체는 어떤 돈으로 일하나?

  • 입력 2000년 10월 2일 11시 04분


시민단체는 어떤 돈으로 일하나?

지난 시간에는 시민운동과 권력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했습니다. 아, 그러나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왜? 쑥스러워서. 아니면 얘기가 별로 라서. 어느 쪽이든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약간 덧붙여 이런 생각도 해보면 이야기가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시민운동가는 예비정치인인가? 혹은 시민운동가의 정치진출에 대한 생각은?

자, 오늘은 시민단체의 재정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민단체는 도대체 무슨 돈으로 운영하나? 경실련, 참여연대 같은 곳은 상근자가 50여명에 이르는 데 그 많은 사람의 급여는 어떻게 주고 있나? 정부 돈을 받는 것은 문제가 없나?

이번 선거에서도 한나라당 이사철 대변인은 TV토론에 나와 경실련, 참여연대, 환경련이 정부 돈 받아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김대중정권의 홍위병이라는 거지요. 과연 그런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여러분의 판단을 돕기 위해 몇가지 사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참여연대의 수입구조를 살펴보지요.

다음 자료는 참여연대의 5주년 기념 책자 '시민속으로'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99년 6월의 수입을 보면 회비와 후원금이 2천8백5십만원, 수익사업으로 870만원이 들어 와서 전체 수입이 3천7백5십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회비와 후원금 수입이 80%에 육박하는 것이지요. 98년 12월부터 월회비 수입이 2,000만원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99년말에는 회비 수입이 월 3,000만원을 넘어서는 참여연대의 재정구조는 회비와 후원금, 수익사업이 주된 수입구조로 되어 있고 회비는 회원들의 자동이체로 이루어집니다.

최근 참여연대의 회원모임은 13개로 늘어났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250여명에 이릅니다.(회원모임 최민섭 전회장의 말)

회원들이 회비를 적극적으로 낼 수 잇는 것은 쉽게 회비를 낼 수 있는 방식과 액수, 회원모임의 활성화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시민운동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입니다.

참여연대가 든든한 회비 수입구조를 갖는 것은 자원봉사활동과 회원활동이 상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참여연대가 처음부터 회비가 많았을까요?

아니요! 98년 1월만 하더라도 월1,000만원이 안되었습니다. 그러면 이렇게 늘어 난 이유는? 그렇습니다. 참여연대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대중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다음입니다.

소액주주운동으로 특히 영향력을 확대했지요. 수입구조의 건강성은 단체의 활동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듣기로 경실련이 공천부적격자명단을 발표한 이후 회원이 700명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만큼 회비가 늘어나는 것이지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정부 돈을 받거나 기업으로부터 받는 후원금이 많은 것이 아닙니다.

물론 참여사회라는 잡지는 기업으로부터 광고를 받습니다. 그 광고수입은 98년에 8천만원이 조금 넘습니다.(참여연대 제5차 정기총회 자료집) 그 외에도 별도의 특별위원회들은 여전히 회비 수입보다는 후원금이나 다른 특별사업에 의존하는 것이 더 큽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다른 단체들에 비해 회비수입이 많은 편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의 경우 5만회원으로 부터는 나오는 회비수입이 다른 어느 단체보다도 많습니다. 제일 많은 회비를 받고 있는 단체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시민행동'이요? 시민행동은 회원이 아직 300명도 안됩니다. 회비 수납방식도 쉬운 방식은 은행이나 금융결제원 등에서 허락해 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직은 신뢰할 수 없는 단체거든요. 그래서 겨우 150만원에서 200만원 사이가 시민행동의 회비수입입니다. 저희는 올해 목표가 월 회비수입 1,000만원입니다.

이제 15% 정도의 목표를 달성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사업수익이나 후원금에 의존해 활동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경실련은 총회자료집을 보니 회비수입 비중이 나와 있지 않군요.

98년 한해 수입이 11억이 넘는군요. 제가 경실련에 근무하는 동안에는 회비 수입의 비중이 20%전후였습니다. 최근에 회원이 무척 늘었다고 하니(공천부적격자명단 발표 이후에만 700여명의 회원이 증가하였다고 합니다./한겨레신문 2000.1) 회비 비중이 늘었으리라고 추론합니다.

녹색연합의 98년 회비수입은 연 7,000만원이 조금 못됩니다. 월 600만원 정도지요. 지금은 당연히 늘었으리라고 추론합니다. 그런데 녹색연합의 98년 연간 사용액은 2억5천에 이릅니다.

자, 이렇게 보면 아주 극소수의 단체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민단체가 회비보다는 다른 재정 수입원에 의존해 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체로 정부나 외부기관의 프로젝트 수입, 혹은 기업의 광고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 점이 시민단체들의 중립성문제를 논란거리로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소액다수의 회비 수입의 증가는 활동내용, 활동방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경실련의 공천부적격자 명단 발표나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 환경련의 동강살리기운동 등은 단체의 후원회원을 늘리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합니다.

그러나 이들 멤버가 곧바로 활동하는 회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활동하는 회원들은 별개의 모임을 구성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구조가 튼실한 단체들은 고정적인 회비수입의 안정성이 확보되어 갑니다.

참여연대나 환경련, 녹색연합 등은 회원조직들이 상대적으로 다른 단체들에 비해 활동적인 곳들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전체 수입중에서 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의 비판은 월급을 적게 받더라도 혹은 못받더라도 정부 돈이나 기업 돈은 받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 운동의 지속성이라는 문제에 봉착합니다 회비 수입이 오늘 지나서 내일 바로 화~악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부 돈이나 기업 돈을 받게 됩니다. 전체 수입비중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또 그 돈의 쓰임새와 관련해 프로젝트일 경우 받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조직의 운영비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면 단체의 중립성에 영향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한 단체가 정부의 실정이나 실책을 견제하고 정치인을 견제하고 감시하면서 정부의 돈을 받거나 기업을 감시하고 견제하면서 그 기업의 돈을 받는 경우 공정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해야겠지요.

반대의 경우는 정부 돈은 어차피 세금이니 그 목적이 바르면 받아쓰는 것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하는 것과 기업 돈이라고 해도 기업이 사회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해야 하는 일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 것이지요.

경실련이 올해 정부 돈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공천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정권의 홍위병 운운하는 소리를 듣자 더 이상의 의미없는 논쟁거리를 두지 않겠다는 뜻에서 한 결정입니다.

참여연대는 현재 정부의 프로젝트를 받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외의 단체들은 받고 있습니다. 기업의 광고도 받고 있고요. 어떤 경로인지 모르나 참여연대의 홈페이지에는 신비로의 광고가 실려 있습니다.

자, 이 주제는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입니다. 함께 토론해 볼 주제입니다. 소액 다수의 회비수입이 근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이론이 있는 단체는 없습니다.

미국 같은 곳에서는 종종 특정한 사람의 기부로 단체활동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유명한 퍼블릭시티즌도 창립자인 랄프네이더가 GM과의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받은 돈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기부문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밥아줌마, 할머니들의 학교에 대한 기부는 있지만. 최근 '아이들과 미래'라는 복지재단이 생기고 벤처기업들이 기부하기 시작했다는 것에 우리 사회가 주목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과연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를 바꾸어 놓을 것인지는 두고 보아야 하겠지만 조금 진전된 변화인 것은 틀림없지요. 여러분은 기부를 잘하고 있나요?

가입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회비는 잘 내고 있나요? 그런 것 없이 하는 비판을 무임승차자의식이라고 하는 것도 부기해 둡니다.

하승창(함께하는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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