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産 송이 선물 반응]李총재-YS "떨떠름"

  • 입력 2000년 9월 14일 00시 13분


북한 김용순(金容淳)노동당 비서가 가져온 송이버섯을 전해 받은 정치권 인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특히 한나라당은 때아닌 ‘북한 선물’에 다소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李총재 "통일부가 임의로 선정"▼

한나라당에는 11일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당3역’ 몫으로 각각 송이버섯 4상자씩, 모두 16상자가 전달됐다. 당초 한나라당은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직접 선물한 것으로 생각하고 한때 처리여부를 고민했으나 “상자를 뜯어보니 명함도 없고 포장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등 무성의해, 알아보니 통일부가 임의로 보낸 것이었다”며 시큰둥해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총재 몫으로 배달된 송이는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 등 주변사람에게 모두 나눠줬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경우 서영훈(徐英勳)대표와 당 3역에게 4상자씩 전달됐다. 서대표는 “고맙고 귀한 선물”이라며 송이를 북한 원산출신으로 와병중인 시인 구상씨 등 지인들에게 추석선물로 돌렸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김종호(金宗鎬)총재직무대행과 주요당직자에게도 송이버섯이 보내졌다. 김명예총재는 매우 흡족해하면서 13일 은수저 1세트를 답례로 북측 일행에게 전달해 달라며 통일부에 맡겼다.

▼서명운동 YS 비서실에 방치▼

전직 대통령들의 반응도 각각 달랐다. 12일부터 ‘김정일 범죄 고발 및 규탄선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은 송이를 포장한 채로 상도동 자택 비서실에 그대로 방치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북한에서 보낸 것인데…”라며 김전대통령이 달가워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은 흔쾌히 받아들인 뒤 장세동(張世東)전안기부장 등 평소 등산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송이버섯을 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측은 “(송이를) 전달받은 걸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측은 송이가 각 정당에 전달된 과정과 관련해 통일부측의 ‘결례’를 지적하기도 했다. 양당에 따르면 통일부 남북회담사무국측이 11일 북측으로부터 송이를 전달받은 뒤 각 당 총무국에 전화를 걸어 “정당대표와 당 3역에게 전달해달라”며 이를 수령해 가도록 통보했다는 것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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