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버섯만 주고 간 북한군 대장

동아일보 입력 2000-09-13 18:59수정 2009-09-2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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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실력자인 김용순(金容淳) 노동당비서 겸 아태평화위원장의 추석연휴기간 남한 방문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는 그가 오늘 떠나면서 발표될 보도문 등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그가 제주도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책임자인 임동원(林東源)대통령특보와 심야 단독접촉을 갖고 남북현안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 이후 급류를 타는 듯하던 남북화해협력의 흐름이 최근 들어 이상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많은 관측자들의 지적이다. 즉 남측이 이산가족 추가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속개하자고 연락하고 경의선 복원을 위한 접촉을 제의했는데도 북측은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김용순비서가 우리측과 어떤 얘기를 나누고 타결책을 모색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남북문제의 본질은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 보장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에서부터 양측의 접촉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 때문에 이번 김용순비서 일행에 북한 인민군의 총정치국 부총국장이며 국방위원으로 군부 수뇌진의 일원인 박재경 대장이 포함된데 대해 우리는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대장은 송이버섯만 우리측에 전달하고 방한 6시간만에 돌아갔다. 국방부는 조성태(趙成台)장관의 정책보좌관인 김종환(金鍾煥)중장을 공항에 보내 그를 영접하고 조장관과의 만남을 제의했으나 박대장은 이를 거절했다.

아무리 그의 임무가 김정일위원장의 선물인 송이버섯만 전달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육군대장이 버섯만 전달하고 그날로 돌아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같은 북측의 태도로 보아 남북의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이 얼마나 성의있는 자세로 나올지 의문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해 60만∼70만t의 식량차관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인도주의 차원에서의 지원이라 하더라도 남북한 문제의 본질적인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매사 북측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혹시라도 북한이 남한에서는 경협과 식량지원만 얻어내고 평화협상은 미국을 상대로 하겠다는 생각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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