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부담스런 시민축제 입장료

  • 입력 2000년 8월 31일 18시 32분


‘국제 행사는 요금도 국제적으로 받나?’

서울시가 주최하는 ‘미디어시티 서울 2000’ 행사의 입장료가 너무 비싸 시민을 위한 국제 문화축제라는 행사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행사는 2일 개막해 두 달간 서울 경희궁 근린공원 내 시립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이 곳을 둘러보려면 어른(만 18∼64세)은 1만원, 청소년(만 12∼17세)은 8000원, 어린이(만 4∼11세)는 5000원을 내야 한다. 4인 가족이 함께 관람하는 데 3만원이 훨씬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또 단체나 특별할인권을 판매하고 있지만 단체입장의 경우 수혜대상을 20명 이상으로 제한한 데다 특별할인의 경우도 생활보호대상자 국가유공자 현역군인 등으로 제한해, 주말에 전시장을 찾게 될 대다수 가족단위 시민들은 별다른 할인혜택을 받을 수 없게 돼 있다.

서울시는 행사 전 입장권을 사전 예매할 경우 20%의 할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예매기간을 행사 전날인 1일까지로만 못박아 놓아 예매할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고 있다. 두 달간의 행사기간 중에는 예매가 일절 중단되기 때문에 당일 전시장을 찾게 되는 시민들은 정상요금을 고스란히 지불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서울시는 ‘미디어시티 2000 조직위원회’와의 조율 문제로 예매기간을 연장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을 위한 문화 축제’를 ‘장삿속’으로 주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서울시는 입장료는 조직위에서 타 지역 국제행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책정한 것이며 행사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입장료를 할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정말 시민을 위한 문화축제라면 지금이라도 입장료를 과감하게 낮춰 많은 시민들이 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할 수 없을까?

윤상호<이슈부>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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