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내친구]인라인스케이트'매니아' 신상희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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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화끈한 일 신나는 일 없을까. 훌쩍 여행을 떠나볼까. 아니면 아파트 옥상에서 번지 점프를….”

보컬 그룹 자우림의 노래 ‘일탈’의 한 구절 처럼 요즘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똑같이 반복되 며 지나가는 일상에서 한번쯤 일탈을 생각한다. 허나 늘 일과 스트레스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에게 ‘훌쩍 떠나는 여행’이나 ‘도심의 번지 점프’는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건전한 직장인’ 신상희씨(28·SK텔레콤 신규사업추진본부 대리) 역시 일탈을 꿈 꾸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신씨의 꿈은 단지 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신씨는 매주 일요일 오전, 일상에서의 ‘소박한 일탈’을 통해 한 주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버린다.

신씨의 일탈 도구는 ‘인라인 스케이트’. 요즘은 도심 곳곳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일요일 오전만 되면 신씨는 늘 입던 정장을 벗어 던지고 힙합 패션으로 거리로 나서 이 젊은이들 사이에 합류한다.

벙거지 모자에 헐렁한 청바지. 사무실에서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주로 가는 곳은 여의도 공원과 강남구 양재천 인근, 분당 중앙공원 등.

테니스 스키 수영 등 평소 만능 스포츠 맨을 자처하는 신상희씨가 인라인 스케이팅을 만난 것은 올 봄. 원래 뜻이 맞는 동료들과 일요일 오전에 함께 모여 자전거로 한강변을 달리곤 했는데, 그 때 인라인 스케이팅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는 ‘종목’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단촐한 스케이트 하나로 도로를 마음껏 질주하는 스피드에 매료됐기 때문.

그 때부터 스케이트를 사들고는 강사없이 혼자서 스케이트를 배웠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강의 비디오를 통해 기초를 익혔다. ‘자유’를 얻는데는 그 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스케이트를 신고 두 번째로 거리에 나섰을 때 겁 없이 내리막길을 질주하다 넘어지는 바람에 팔을 다친 적도 있다. 인대파열로 한 달쯤 깁스를 하고 다니면서도 스피드의 매력을 떨구지는 못했다.

이제는 꽤 속도감을 즐길 정도로 능숙해졌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보는 것이 바로 일상을 풍부하게 만드는 길. 직장 동료, 친구들과 동호회를 조직해 일요일 오전을 누비는 것이 오히려 일과처럼 됐다.

“스케이트를 신는 순간 자유가 느껴져요. 얼마나 신나는 지 몰라요.”

인라인 스케이트 얘기만 나오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신상희씨.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마음만은 거리를 활주하고 있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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