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아기 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42분


‘몽실언니’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권정생의 동화 모음집. 작가의 글도 글이지만, 아이들은 아마도 이 책을 열면 한동안 그림에 넋을 잃을 것 같다.

이 그림동화는 우선 그림이 색다르면서 매력적이다. 유화인가 하면 수채화 같고, 그림인가 하면 색종이를 오려 붙인 것 같다. 쓱쓱 지나간 붓질인 듯 하지만 밝고 켱쾌하며 힘이 넘치고, 사실적인 풍경인 듯하지만 그 분위기는 지극히 환상적이다.

여기 나오는 네편의 동화 중 ‘금희와 아기물총새’.

시냇물가 모래밭에서 친구들과 두껍이집 놀이를 하던 금희. 배가 고파 집으로 가려고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에 떠내려가는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기 물총새였다. 물총새가 안쓰러워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금희. 새를 건져 집으로 가져갔지만 할머니는 새가 이미 죽었다고 말씀하셨다. 눈물을 글썽이는 금희. 뒤꼍 앵두나무 옆 따뜻한 자리에 아기물총새를 묻어 주었다.

그날 밤, 금희는 꿈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만났다.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긴 금희. 그런데 “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 한다”면서 엄마가 뒷걸음질 치는 것이 아닌가. 엉엉 울고 싶었다. 그래도 꾹 참았다. 그 순간, 아기 물총새가 팔랑팔랑 날아와 금희의 머리 위로 맴돌았다. 그리곤 무지개가 걸려있는 푸른 하늘로 올라갔다.

새벽 잠에서 깨어난 금희. 하늘엔 작은 별들이 물총새처럼 팔랑팔랑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줄거리는 기본적으로 전래 동화의 분위기와 흡사하다.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여서인지 소박하면서 차분하다. 여기에 전통과 현대 감각이 조화를 이룬 그림이 책읽기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유아 초등생 모두 읽을 만한 책. 아이가 아직 어리다면 직접 읽어주거나 그림만 감상하게 해도 좋을 것 같다. 80쪽, 75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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