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야스쿠니 신사 참배 행렬

  • 입력 2000년 8월 16일 19시 33분


올해도 8월 들어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는 원자폭탄 희생자에 대한 추모 행사가 잇달았다. 일본인이 최초의 원폭 ‘실험 대상’이 된 데 대해 슬퍼하는 ‘살아 남은’ 일본인들의 연례 행사다. 그런데 과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재임중 ‘45년의 원폭투하는 전쟁 종식을 위한 바른 결단이었다. 일본의 사죄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인들이 발끈한 것은 물론이다.

일본의 ‘패전기념일’인 15일 도쿄의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각료를 비롯한 참배행렬이 줄을 이었다. 총리는 빠졌지만 현직 각료 10명과 도쿄도 지사 등이 참배했다. 옛 일본을 그리워하듯 그 시절의 군복 차림에 일장기를 앞세운 퇴역군인, 일본 우익단체 회원, 지방의 참배객들로 붐볐다.

이것을 지켜보는 아시아 이웃 나라들의 감회는 착잡하다. 일본 군국주의 때문에 아시아의 2000만명이 죽은 악몽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의 원폭투하를 증오하고 사죄를 요구하려 한다면, 당연히 그들의 식민지배 침략전쟁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조선병합은 그쪽에도 좋았다’거나 ‘난징(南京)학살은 없었다’는 우격다짐이 여전하다.

일본에서는 이제 ‘태평양전쟁의 개전책임은 6∼7할이 미국측에 있다. 일본은 전후(戰後) 미국 중심의 논리에 졌을 뿐이다’고까지 말한다. 일본이 당한 원폭 피해만 비통할 뿐이지 스스로 저지른 전쟁에 대한 책임이나 상대국이 본 피해는 나몰라라 하는 식이다.

전범국 독일은 스스로 10만건 이상의 나치 범죄용의사건을 조사하고 6000건 이상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올해도 독일 상원은 나치 강제 노역에 동원된 피해자 120만명에 대해 100억마르크(약 5조2000억원)를 물어주는 배상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일본과는 달리 사죄와 보상에 적극적이다. 수차에 걸쳐 진심으로 참회 사죄한 독일의 대통령들의 발언은 세계가 기억한다. 일본의 태도와는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최고 전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해 군인 군속 등 246만여명의 위패가 있다. 이 곳에 일본 각료 등이 참배하는 데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제군국주의에 희생된 이웃 아시아 국민들의 감정을 먼저 생각해야 마땅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일본이 참으로 21세기 아시아와 세계의 ‘우스운 나라’가 되지 않으려면 전쟁시기의 이웃 피해국에 대한 과거청산 사죄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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