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김수경 '공포의 슬라이더'

  • 입력 2000년 8월 8일 18시 29분


전 국민을 긴장시키고 있는 현대그룹 사태가 급기야 워크아웃 상황까지 갈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프로야구 현대의 김수경 투수는 연일 스트라이크 아웃 행진으로 타자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그의 호쾌한 삼진 퍼레이드가 야구단을 끔찍이 사랑하는 정몽헌 구단주에게 큰 힘이 될 수야 없겠지만 김수경의 시원한 투구처럼 신속하고 명쾌한 사태 해결을 기대해 본다.

새로운 기대주로 자리잡은 김수경은 약관 21세이지만 올들어 프로야구에서 가장 빼어난 성적을 보이고 있는 투수다. 14승에 탈삼진 137개로 다승과 탈삼진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빼어난 신체조건과 준수한 외모와 함께 자기관리에 뛰어난 투수다.

그의 주무기는 슬라이더. 현대야구에서 투수들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구종으로 홈플레이트 약 60cm 전방까지 직구처럼 들어오다 오른손 투수의 경우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 아래로 휘어지며 꺾이는 구종이다.

커브볼보다 작은 각도에서 예리하게 꺾이는 슬라이더는 ‘국보급’이었던 선동렬의 주무기이기도 했다. 김수경의 슬라이더는 두 종류. 다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옆으로 휘어지며 꺾이는 것은 카운터를 잡을 때, 아래로 뚝 떨어지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진을 잡을 때 즐겨 구사한다.

강속구와 함께 두 종류의 슬라이더로 최연소 20승과 제2의 선동렬을 꿈꾸고 있는 그의 행보는 현대사태와 함께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야구해설가)

koufax@ne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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