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관급회담 출발 좋다

  • 입력 2000년 7월 31일 19시 05분


어제 끝난 남북장관급회담은 ‘6·15남북공동선언’을 가동케 하는 첫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남북한은 ‘6·15선언’ 이후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바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한 실질적인 장치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라 설치 운영해 오다 96년 강릉무장간첩침투사건 이후 폐쇄된 판문점연락사무소가 다시 문을 열고 여기에다 남북장관급회담이 고위 대화채널로 기능하게 된 것은 ‘6·15선언’이전과 비교해 볼 때 남북한 관계의 큰 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경의선 철도를 복원키로 합의한 것은 그 철도가 남북한 경제에 미칠 실질적 영향이나 민족의 대동맥을 잇는다는 상징성으로 보아서도 그 의미는 소중하다.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고향방문이나 8·15 남북한화해주간 설정 역시 화해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8·15행사의 경우 전례를 보면 꺼림칙한 부분도 없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겉치레나 선전용 행사보다는 실질적으로 화해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군 당국간의 직통전화연결을 비롯한 긴장완화방안이나 평화정착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유감이며 이를 비판하는 소리도 많다. 또 당초 기대했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방문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이산가족문제에 대해 진전된 합의가 없는 점도 이번 회담의 미흡한 점이다. 경제협력 부분도 경의선 복원문제 이외에 투자보장협정 체결 등 제도적인 장치마련에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것들에 대해 한번의 회담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제 남북한은 반세기 이상의 갈등과 대립의 구각을 간신히 깨고 화해협력의 방향으로 조심스러운 첫발을 떼고 있는 것이다.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한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존중하는 일이다. ‘6·15선언’의 효과적인 실천을 위해서는 남북한 당국간 신뢰와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달 말 평양에서 제2차 장관급회담을 열기로 합의하는 등 이 회담이 정례화되는 길을 열어 놓은 것은 바로 양측의 믿음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2차회담에서 또 한걸음 귀중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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