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경민/日 첨단기술 무장 군사대국化 우려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일본방위청은 28일 발표한 ‘2000년 방위백서’에서 중국 북한 등 주변국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경제 기술 군사대국 일본에 대한 주변국의 우려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위백서 발표를 계기 삼아 일본 방위전문가인 한양대 김경민(金慶敏·국제정치)교수의 기고를 통해 ‘기술안전보장국가 일본’의 면모를 살펴본다.

북한이 98년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을 하자 일본은 절호의 기회가 왔다며 즉각 미국과의 전역미사일방어체제(TMD) 공동연구, 1㎡ 크기의 지상 물체까지 탐지할 수 있는 첩보위성 발사를 결정했다. 일본 방위청 관계자들은 지구자원관측위성 등 민간위성으로도 충분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첩보위성에 집착하는 것은 최대 안보위협국가로 중국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보장' 명목 투자 확대▼

일본의 로켓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어서 2t 무게의 위성을 3만6000㎞의 고도에 쏘아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주변국으로부터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연료충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액체연료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지, 미사일처럼 고체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일본 과학기술청 관계자들은 말한다. 첩보위성 개발도 우주를 평화적으로만 이용하겠다고 말해 왔기 때문에 유보하고 있을 뿐이지 기술이 없어서 못한 것은 아니다.

이것이 일본식이다. 바로 모든 능력을 갖추면서 유사시에 대비하는 ‘기술안전보장’의 개념이다. 일본의 방위백서를 밤낮 뒤져봐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본의 진면목이다.

군사분야와 민간분야를 넘나드는 기술의 공유가 일본 군사력의 실체다. 일본은 미국 프랑스에 이어 세계 제3의 원자력 대국이 되고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확보할 때도 ‘에너지 안전보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천연자원이 부족하니 에너지 공급을 안정화 하겠다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일본은 첨단무기를 수입할 때도 거의 예외없이 기술습득이라는 조건을 붙인다. 그래서 높은 가격을 지불한다. 미국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일본만이 갖고 있는 F15 전투기를 라이선스 생산할 때도 초기에는 기술축적을 위해 통상 구매가격의 2배를 지불했다. 그래서 최신예 전투기인 F2전투기를 자체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고 이 전투기의 성능에 놀란 미국이 공동개발을 강요하여 공동생산하게 되었다. 주날개를 탄소섬유수지로 한 번에 찍어내는 복합일체성형기술이라든가 360도 전방위를 모두 탐지하는 레이더 장치는 미국에도 없는 신기술이었기 때문이다.

▼美종속 벗어나 기술공조▼

걸프전과 코소보 사태 때 상대방 레이더의 추적을 거의 완벽하게 피하며 작전을 수행했던 스텔스 폭격기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일본의 레이더 교란용 특수 페인트가 있다. 일본은 이 기술을 F15와 F2전투기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중국이 전투기 숫자는 많지만 질적으로는 상대가 될 수 없다며 느긋해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과 TMD공동연구를 결정한 것은 일본이 기술과 자금을 모두 갖췄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례로 미국은 탄두 부분에 대한 연구를 일본에 맡겼다. 탄두는 습기에 약해 세라믹기술이 요구되는데 일본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TMD계획은 또 전자사단이라 불리는 이지스(AEGIS)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일본은 이지스함에서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스탠더드2 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미국의 군사력에 종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력으로 자립한 공동 파트너이다. 이 모두가 은밀하고 주도면밀하게 군사기술을 축적해 온 결과였다.

일본 군사력의 또 하나의 실체는 핵무기 개발능력이다. 일본 스스로가 말하기를 개발의지만 남아 있을 뿐 그 이외의 능력은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데 필요한 요건은 자금력 기술 원료 운반수단과 지도자의 의지다.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에 건설중인 재처리 시설과 농축시설은 자체적으로 플루토늄의 생산이 가능하다. 일본에는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자만도 수백명에 이른다. 일본의 H2로켓은 핵무기를 실어 나를 대륙간탄도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군사전문가 에바타 겐스케(江畑謙介)는 핵무기 개발의 마지막 족쇄인 지도자의 의지라는 것은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고백했다. 만약 미군이 일본에서 철수하면 핵무기를 보유한 러시아 중국이 이웃하고 있는 데 능력이 없으면 몰라도 절대 그럴 의지가 없다는 말은 그 누구도 지키지 못할 약속이다.

최근 일본과 중국은 서로를 경계하며 위협론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중국의 패권주의를 불안해하고 중국은 일본이 미일신방위협력지침과 TMD로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장차 동북아의 안정은 이 두 나라가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김경민(한양대교수·국제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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