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경제 악화일로 '사라진 지상낙원'

  • 입력 2000년 7월 30일 19시 03분


코발트빛 바다와 산호초, 흰모래 해변, 그리고 열대 우림….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파라다이스’ 가운데 하나로 전 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남태평양의 피지가 ‘잃어버린 낙원’으로 변하고 있다.

5월19일 발생한 쿠데타로 정치적 불안은 물론 주요 수입원인 관광산업과 설탕 등 특산물 생산이 막대한 타격을 입으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이 나라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

전체 인구의 51%를 차지하는 원주민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고 쿠데타를 일으켰던 조지 스파이트는 26일 군부에 의해 체포되고 28일에는 임시정부가 들어서는 등 피지 정국은 현재 진정 국면에 들어선 상태.

▼정국불안 관광객 발길 뚝▼

그러나 스파이트 추종세력이 항공기를 납치하는 등 강력 저항하고 있으며 임시정부에 포함된 각료가 모두 원주민계로 구성돼 있어 기득권층인 인도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언제 다시 피지가 내전으로 치닫게 될지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다 영국 미국 호주 등 국제사회는 피지가 민주적인 질서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경제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쿠데타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역시 피지 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관광산업.

피지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과 비틀스의 링고 스타를 비롯해 영화배우 피어스 브로스넌, 미셸 파이퍼, 커트 러셀 등 유명인사들이 신혼여행을 다녀갔을 정도로 유명한 휴양지 가운데 하나. 브룩실즈가 주연한 영화 ‘푸른 산호초’의 촬영무대이기도 하다.

▼부유층 재산도피 산업피폐▼

그러나 쿠데타 발발 이후 정치불안이 계속되면서 피지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어지고 예약 취소사태도 잇따르고 있다.

피지 통계청에 따르면 99년 한 해 동안 피지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50만명에 달하며 최근 수년 동안 관광객이 연간 10%씩 증가했다. 이들이 한해에 뿌리는 돈은 피지의 국내총생산(GDP)인 약 14억4000만달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숙박료만 2억4000만달러에 달할 정도. 영국 BBC방송은 이 나라 관광청의 발표를 인용해 쿠데타 이후 하루에 약 61만달러 이상의 관광 수입 손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산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설탕 관련 산업도 피폐해졌다. 사탕수수의 수확기가 지났는데도 쿠데타로 농부들이 일손을 놓고 있는 바람에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것. 피지의 설탕 수출량은 연간 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쿠데타 발생 이후 원주민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불안을 느낀 인도계 부유층이 재산을 챙겨 속속 호주나 뉴질랜드로 떠나고 있는 것도 이 나라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 쿠데타를 지지하는 원주민들이 인도계가 운영하는 상점을 습격하는 등 인종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인도계 갈등 심화▼

1874년 영국이 피지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사탕수수 농장의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기 위해 이주시킨 인도계는 현재 피지 인구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인도계는 70년 피지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에도 이 곳에 남아 경제권을 장악했다. 대부분의 사탕수수 농장을 인도계가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이들의 경제력은 막강하다. 그만큼 원주민의 질시도 컸다.

BBC방송은 “이번 쿠데타로 피지가 잃은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피지의 인종간 화합”이라고 보도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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