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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30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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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투수 위재영(28)은 아직도 시즌전 마무리로 자원등판(?)한 사실에 대해 억울해 한다.
지난해 베테랑 정명원과 조규제가 뒷문 을 담당했던 현대는 올시즌 마땅한 마무리감이 없어 고민에 빠졌었다.구위와 제구력,두둑한 배짱 등 마무리로서의 조건을 따져 봤을 때 적임자로 떠오른 선수는 위재영과 김수경.
시즌전 스프링캠프에서 김시진투수코치는 위재영을 불러 물었다. "너 마무리 할래?" 반드시 마무리를 맡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었다.본인이 "죽어도 싫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 팀에서도 어쩔 수 없는 법.
한데 위재영은 "그래요.제가 맡겠습니다"라고 덜컥 말해 버렸다.그가 마무리로 나선다고 한 이유는 순전히 허리때문.원래 허리디스크 증세가 있는 위재영은 투구이닝이 긴 선발투수보다 짧게 던지는 마무리가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면 페넌트레이스 일정의 3분의2를 소화한 지금,위재영의 소감은 어떨까.
"어휴,이거 못할 짓이예요.정말 장난이 아니라니까요." 시도 때도 없이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불규칙한 등판,숨막히는 위기상황도 그렇지만 그가 정말 힘들어 하는 것은 더그아웃에서 대기할때다.매일같이 1회부터 7,8회까지 멍하니 앉아 있는 게 가장 큰 곤욕.
그럼에도 데뷔 6년만에 처음으로 '뒷문 지킴이'로 나선 위재영은 제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 있다.29일 현재 39경기에 출전해 2승2패29세이브와 평균자책 2.18.팀내 투수 가운데 최다출전이지만 평균자책은 가장 낮다.
어느새 31세이브포인트로 구원부문 선두인 두산 진필중(33SP)에게 불과 2개차로 뒤진 2위.
좀처럼 웃음을 보이지 않는 '인상파' 위재영은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성적이 좋으니까 보람은 있네요"하며 씨익 웃는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