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동성애 안정추세 歐美사회 바뀐다

  • 입력 2000년 7월 26일 18시 31분


《동성애자의 법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추세가 서구 사회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결혼과 가정은 물론이고 사회풍속도마저 바꿔 놓을 ‘가족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것. 서구 사회에는 소득과 교육수준이 높은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소비시장도 형성되고 있다.》

▽유럽〓올 초 르몽드의 알림난에는 출생 결혼 부음과 함께 동성 또는 이성 커플들이 계약동거 사실을 알리는 ‘팍세’라는 코너가 등장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10월 논란 끝에 동성 커플간의 결합을 공인하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통과시켰다. PACS는 이성 또는 동성 커플이 동거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3년 이상 지속적인 결합을 유지한 사실을 인정받으면 사회보장 납세 유산상속 재산증여 등에서 보통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 동성 커플은 원할 경우 복잡한 이혼 절차 없이 갈라설 수도 있다.

현재 유럽에서 덴마크와 네덜란드는 동성 커플에게 일반 부부와 똑같은 법적 사회적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스웨덴은 자녀 입양을 제외한 동성 커플의 법적 사회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동성애자가 죽은 파트너 명의의 국가 보조 아파트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고 판결해 동성커플간의 상속권을 인정했다. 또 노동당 정부는 동성 커플에게 자녀 입양권을 허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사민―녹색당 연립정부도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곧 의회에 제출할 계획. 유럽의회는 동성 부부에게도 이성 부부에게 부여하는 것과 똑같은 권리를 부여하도록 15개 회원국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최근 채택했다.

▽미국〓레스비언인 캐럴린 콘래드(29)와 캐슬린 피터슨(41)은 7월1일 미국 버몬트주의 한 교회에서 화촉을 밝혔다. 5년 전 만나 결혼한 두 사람은 동성 커플에 상속권과 의료보험 세금감면 등 일부 권리를 허용하는 법률이 버몬트주에서 시행됨에 따라 합법적인 부부가 됐다.

반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3월 동성간 결혼 금지 주민발의안을 찬성 59.3%, 반대 40.7%로 가결했다. 현재 연방정부와 30개주가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11개주에서 동성간 결혼 금지 법안을 제정하거나 추진할 계획.

▽새로운 소비시장〓지난해 가을 프랑스 이동통신업체인 부이그와 SFR, 화장품 제조업체 로레알 등은 아파트 베란다의 빨래건조대에 남자팬티가 나란히 걸려 있는 기발한 광고를 냈다.

최근 들어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한 광고와 판촉제품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서구 사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동성 커플은 대체로 맞벌이인데다 아이가 없어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

프랑스의 동성애잡지 테튀는 경제활동인구의 10%를 동성애자로 추정할 정도. 테튀의 11만2000명의 정기독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 중 40%가 25세에서 34세의 동성동거 커플로 53%가 컴퓨터, 69%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

프랑스 관광공사는 미국 동성애자들을 대상으로 한 관광시장 규모를 연 170억달러로 잡고 있다. 미국 동성애자 단체들의 조사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의 수는 인구의 7%, 평균 수입은 미국인 평균수입보다 70%나 높다.

프랑스 관광공사 미국 로스앤젤레스지사는 이들을 겨냥해 ‘게이들의 친구 프랑스’란 영어판 관광홍보 책자를 펴냈다. 이 책자에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두 젊은 남성이 포옹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마르셀 프루스트, 아르튀르 랭보, 폴 베를렌, 앙드레 지드, 장 콕토 등 위대한 호모 작가를 배출한 프랑스는 ‘동성애 문학의 고향’으로 소개된다.

<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