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그랜드슬램 맨' 김기태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50분


12일은 2000 올스타전 감독 추천 선수를 발표한 날. 삼성 김기태(31)는 이날 감독 추천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기태는 쌍방울 시절부터 매년 올스타전에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았다. 91년 데뷔한 뒤부터 지난해까지 팬들의 인기투표로 뽑히거나 또는 감독 추천 선수로 매년 올스타전에 얼굴을 내밀어왔던 것. 9년 연속 올스타전 출장.

그러나 올해는 팬 인기투표에서 미끄러진데다 감독 추천 선수 명단에서도 빠져 ‘10년 연속 올스타’의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을까. 이날 저녁 김기태는 큰 ‘건수’ 하나를 올렸다. 대전 한화전에서 0―2로 뒤지고 있던 4회 2사 만루에서 역전 홈런을 쏘아올렸던 것. 삼성의 13연승을 결정지은 이날의 만루 홈런은 김기태 자신의 통산 8번째 ‘그랜드 슬램’.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만루 홈런을 쳤다. 2위는 6개를 친 신동주(삼성).

만루 홈런의 개수가 말해주듯 ‘그랜드 슬램의 사나이’ 김기태는 찬스에 강하다.

야구 해설가 허구연씨도 “나에게 드림팀을 구성할 권한이 주어진다면 지명 타자로 서슴없이 김기태를 뽑겠다. 타율이 높거나 홈런을 많이 치는 좋은 타자들이 많이 있지만, 찬스에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타자로는 단연 김기태가 첫 손에 꼽힌다”고 말했을 정도. 상대 투수가 정면 승부를 걸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초구라도 과감하게 노려친다는 것이 김기태가 말하는 찬스에 강한 비결이다.

어쨌든 김기태는 이날의 만루홈런 한방으로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10년만에 편안하게 ‘올스타전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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