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땅밑 환상여행' 코엑스몰 탐험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회사원 이정배씨(37·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24일 가족과 함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코엑스몰’을 찾았다가 문화적 충격에 휩싸였다. 유럽의 한 예술도시에서나 봄직한 우아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상점과 카페들, 사이버 룩 인테리어에다 17개 상영관이 들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영화관 ‘메가박스’, 4500평의 공간에 500여종 4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오감(五感)을 사로잡는 수족관 ‘아쿠아리움’ 등이 혼을 빼놓을 정도였다.

누구나 코엑스몰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인 이 곳은 주말 하루 평균 30만명이 몰려들어 평균 300억원 (추정치) 이상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웬만한 지방도시를 능가하는 경제규모를 자랑한다.

이 곳은 또 문화적으로도 10대, 20대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밀레니엄의 새 문화 도시가 되고 있다. 대규모 영화관과 PC방 등이 몰려 있는데다 젊은이 취향의 패션가게와 카페, 레스토랑들이 줄지어 있어 이들이 모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기 때문. 70년∼90년대에 걸쳐 문화명소였던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이어 2000년대의 새 문화 명소로 젊은이들 사이에 떠오르고 있다.

▼잠실 축구장의 14배▼

▽코엑스몰은 거대한 지하도시〓코엑스몰은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인근 11개 대형 건물의 지하를 관통하는 하나의 거대도시. 3만6000평으로 잠실 축구장의 14배가 넘는 크기에 입점매장도 282개나 된다. 삼성역과 지하로 연결된 ‘밀레니엄 플라자’에서 반대편 끝 ‘아쿠아리움’까지는 걷는 데만 20여분이 걸릴 정도. 인테리어도 볼거리. “돈으로 발랐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올 정도다. 미국 최대 인테리어 설계전문회사인 RTKL이 3년간 1400억원이나 쏟아부었다.

▽코엑스몰 여행〓코엑스몰의 기본 테마는 ‘물의 흐름’. 강의 발원지 밀레니엄 플라자에서 시작된 물은 산마루 길(Summit Walk), 숲 길(Forest Walk), 폭포수 길(Waterfall Walk), 바닷 길(Ocean Walk) 등을 거쳐 북쪽의 아셈 플라자로 흘러든다.

밀레니엄 플라자에서 산마루길을 지나면 먹을거리로 가득한 숲길과 호수길을 만난다. 가장 먼저 눈여겨 볼 곳은 폭포길에 올 9월 들어설 ‘다채(多彩)’. 400여개의 중저가 의류업체들이 입점해 ‘강남 속의 동대문형 패션플라자’로 태어날 전망이다. 통로 맞은편에 7월15일 문을 여는 국내 최대 규모(1225평, 2만여권 구비) 서점 ‘반디&루니스’는 교보문고보다 200평이나 더 큰 데다 인형극 상설 공연장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강변길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2층으로 내려가면 각 지방 김치 70여 가지가 전시돼 있는 ‘김치박물관’이 나온다. 이씨의 딸 해선양(11·초등 5년)은 “말로만 듣던 김치 유산균의 움직임을 현미경으로 볼 수 있어 너무 신기했다”고 말했다. 열대길에서는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게임웍스가 100여종의 최신 게임기기로 꾸며놓은 ‘게임챔프’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씨의 아이들은 빈 자리를 찾지 못해 결국 게임을 할 수 없었다.

가장 많은 볼거리가 집중돼 있는 곳은 바닷길 주변. ‘메가박스’와 ‘아쿠아리움’ 때문에 주말에는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 초고속통신망과 350대의 PC로 중무장한 ‘메가 웹스테이션’도 채팅과 인터넷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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