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너무 서두른다

  • 입력 2000년 6월 20일 19시 00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대립과 대결에서 화해 협력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대북(對北)관계에서 여러 모양의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바꿀 것은 바꿔야겠지만 너무 서두르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것이 군 일부에서 들리는 주적(主敵)개념의 문제다. 일단 국방부의 공식입장은 주적개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이지만 일부에서는 현재 주적이 북한으로 되어 있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모양이다. 남북정상회담 과정에서 군 최고통수권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한 인민군의장대를 사열하는 장면 등을 TV로 본 일부 장병들이 주적문제를 제기,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남북한은 휴전상태로 여전히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다. 북한이 군사분야에서 어떤 가시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없는 상태다. 이런 엄연한 현실에서 주적문제가 제기됐다는 것은 안보의식 측면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다.

6·15선언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튼튼한 안보태세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젊은 병사들에 대한 정신교육에서 평화체제가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는 안보의식이 조금도 흐트러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이 강조되어야 한다.

또 정부 각 부처도 남북관계의 상황변화에 따라 제반 법령의 정비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개정대상으로 꼽히는 남북관계 법령은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등 수백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지역에 대한 영토관할권을 규정한 헌법조항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법령 정비도 우선 순위와 완급을 신중하게 가려야 한다.

보안법의 경우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에서 대남 적화노선을 명시한 노동당 규약을 바꾸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짐으로써 법개정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민주질서수호법’ 등으로 대체 입법하는 방안 등 여러 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국가보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범위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우리 내부의 공감대를 다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파나 계층, 사회단체 등에 따라 의견이 갈리고 그 여파로 법 개정 후유증이 남아선 안된다.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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