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창가의 토토' 사회가 내친 아이들 키운 스승의 사랑

  • 입력 2000년 6월 16일 18시 50분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글·이화사키 치히로 그림/김난주 옮김/프로메테우스출판사 펴냄▼

인터넷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편의 독자서평이 아니었다면 ‘창가의 토토’를 놓쳐버렸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수업도 팽개치고 가출한 담임반 아이를 찾으러 다니던 옛 은사의 말씀을 떠올렸다는 독자. “너희들이 수학수업 한 시간 빼먹었다고 인생이 바뀌는 건 아니잖아. 하지만 그애는 지금 한 시간에 인생이 걸렸다.” (인터넷서점 알라딘 독자서평 중). 출판사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겨우 초등학교 1학년에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한 소녀 토토. “댁의 따님은 수업중에 책상 뚜껑을 백번도 더 열었다 닫았다 합니다. 어째 조용하다 싶으면 이번에는 창가에 서 있는 거예요….”

자신이 퇴학을 당했다는 사실도 모르는 토토가 엄마 손을 잡고 간 학교는 고물이 된 전철 여섯량을 연결해 교실로 쓰는 도모에학교. 새 학교에서 토토가 맨 처음 만난 친구는 교장인 고바야시 소사쿠선생님이었다. 그 첫만남에서 교장선생님은 아침에 입고 나간 옷이 저녁이면 걸레가 될 정도로 천방지축인 토토의 이야기를 “그래서?” “그래서?”라고 맞장구치며 들어주었다.

꼬박 4시간 동안. 어렴풋이나마 다른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에 주눅들어가던 토토는 그 첫만남으로 비로소 안도감을 되찾는다.

일본사회가 2차대전의 광기에 휩싸여있던 시절, 도모에학원에 모여들었던 50여명의 학생들은 ‘정상적인 사회’가 내친 아이들이었다. 토토처럼 학습부적응자도 있었지만 친구 다카하시처럼 왜소증이거나 타이처럼 외골수인 아이도 있었다.

도모에에서는 이 모든 아이들이 벌거벗고 수영했다. 서로의 몸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차이일뿐 차별의 이유가 되지 않았다. 꽉 짜여진 책상머리 수업 대신 밥먹기, 산책하기, 음악에 맞춰 춤추기가 공부였다.

교장 고바야시 선생님은 단 한명이라도 감당키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가르치며 아주 힘들 때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넌, 정말은 착한 아이란다”라고 되뇌었다.

그 말을 등대삼아 세상으로 나간 도모에의 아이들은 그후 어떻게 됐을까? 토토, 즉 이 책의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는 일본방송 사상 최초로 일일 대담프로그램을 20년이상 진행한 방송인으로 성장했다. 하루종일 물리실험만 하던 타이는 미국 페르미국립가속연구소 부소장이 됐고 도모에학교가 학력의 전부인 오에는 동양란 전문가가 됐다. 어른 토토는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돼 전세계의 아이들을 돌보기도 했다.

81년 일본에서 출간돼 첫해에만 450여만부가 팔렸고 31개국에 번역됐다. 그 인기에는 반전 인권운동가이자 어린이를 전 생애의 테마로 삼았던 저명한 수채화작가 이와사키 치히로의 삽화도 큰 몫을 했다.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김난주 옮김. 239쪽. 75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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