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정호-추신수, 맞수의 '마이 웨이'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누구의 선택이 옳은 걸까.

라이벌인 국내 고교 최정상급 투수 이정호(18·대구상고)와 추신수(18·부산고). 둘의 진로가 국내 잔류와 미국 진출로 갈라졌다.

이정호는 15일 삼성과 계약금 5억3000만원, 연봉 2000만원에 입단계약을 했다. 이는 역대 고졸 신인 최고액수. 5일 인천동산고 포수 정상호가 4억원에 SK와 도장을 찍은 지 불과 열흘 만에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추신수는 1차지명권을 가진 롯데와 13일 최종교섭을 가졌으나 거절하고 128만달러(약 14억원)에 미국 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키로 구두 합의, 조만간 정식계약을 할 예정이다.

이정호의 국내 잔류는 몇 년간 계속돼온 미국메이저리그 팀과의 선수 스카우트전쟁에서 국내팀이 승리한 대표적 케이스로 남게 됐다.

볼티모어 오리올스 등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최근까지도 대구까지 내려와 이정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등 영입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정호는 1m86에 82㎏의 당당한 체격으로 최고구속 148㎞의 강속구를 뿌리는 우완정통파투수. 체인지업도 능해 당장 프로에서도 에이스로 나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삼성이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결의한 고졸 신인 계약금 상한선 3억원을 넘기면서까지 이정호를 잡은 이유는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선수"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

그러나 이정호가 메이저리그의 유혹을 완전히 뿌리치지는 않았다. 7년 국내활동 뒤 조건 없이 해외진출을 허용하겠다는 조건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기 때문이다.

이정호는 "그동안 진로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젠 야구만 할 수 있게 됐다"며 "이젠 메이저리그 꿈을 잠시 접고 국내에서 열심히 활약하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말했다.

롯데 박정태의 외조카인 추신수는 1m81, 83㎏의 좌완투수. 올해 대통령배 고교대회에서 뛰어난 피칭을 선보여 부산고 2연패의 선봉에 섰다.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무려 8개 메이저리그 팀 스카우트들이 동대문구장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결국 끈질긴 이들의 접촉으로 추신수는 외삼촌이 몸담고 있는 롯데 유니폼을 거부했다.

<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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