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따라잡기]달러약세 언제까지 지속될까

  • 입력 2000년 6월 14일 16시 00분


코멘트
미국경제가 둔화조짐을 보이는 등 '경기연착륙('소프트랜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가치의 변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여부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세계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때(지난 2월24, 25일) 달러당 1백11엔대까지 치솟던 달러가치는 최근 1백5∼1백7엔대로 떨어졌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0.95달러대까지 밀려났다. 특히 엔·달러 환율은 지난주말 달러당 105엔대 초반에서 움직이다가 그나마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 13일 15개월째 실시중인 제로금리정책을 고수하기로 결정한 데 영향을 받아 107엔 초반으로 가치를 회복했다.

◆달러가치 왜 하락하나

요즘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미국과 일본,유럽의 경제가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최근 고속성장세에 급제동이 걸리면서 소프트랜딩 기대심리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FRB의 잇딴 금리인상 영향으로 과열경기가 서서히 식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중 미국의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3% 감소한 2,660억달러에 그친 것이 미국경제의 팽창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소매판매는 지난 4월에 이어 2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이는 지난 98년8월이후 처음.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5월중 소매판매가 적어도 0.1%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달말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FRB가 금리를 올리지 않거나 소폭의 금리인상에 그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고, 달러가치가 하강곡선을 그린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본 유럽경제는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유럽경제의 활력이 두드러지면서 유로가치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유로존의 5월 실업률은 9.2%로 92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진 반면 소비자신뢰지수는 10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8일엔 정책이사회를 열고 연 3.75%인 ECB기준금리를 인상하기까지 했다. 유로화 가치를 올리겠다는 속셈이지만, 경기과열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계산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간 경제 성장률 차이가 줄어들고, ECB의 금리인상으로 유로와 미국간 금리차이가 감소함에 따라 달러화의 강세기조는 약세기조로 점진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작년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세로 반전,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했던 일본도 지난 1/4분기 중 2%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 회복기대심리를 고조시키고 있다.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OECD선행지수도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OECD선행지수에서 미국경기는 지난 2월 1.3을 정점으로 최근 1.2초반으로 떨어지며 하향추세에 진입한 반면 유로경기는 작년 1월 이후 상승세를 보여, 최근에는 1.14∼1.16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15개월째 실시중인 제로금리정책을 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12일 밝혔다.

◆달러화 약세의 부정적인 영향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미국이 '고성장-저물가'로 대변되는 '신경제'를 향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강한 달러'였다. 강한 달러가 수입품의 단가를 낮추어 인플레를 억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달러가치가 약세기조로 전환될 경우에는 반대 상황이 전개된다. 달러화의 약세는 수입물가 상승을 초래, 결국 인플레를 야기한다. 이는 결국 수출국인 유럽 아시아지역의 경제를 위축시키는 등 세계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가격이 배럴당 32달러대로 폭등하면서 수입물가도 동반 상승, 인플레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고유가(高油價)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달러강세 기조가 갑자기 무너질 경우 인플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달러화의 가치하락은 이와 함께 달러화표시자산의 가치하락을 초래, 미국증시에서 활동하는 해외자본의 시장이탈을 낳을 수 있다. 현재 미국의 외국자본 가운데 약 80%가 유럽계 펀드로서 유로강세가 지속될 경우 달러를 매도하고, 유로를 사려는 수요로 인해 미국증시가 골 깊은 조정을 맞을 공산이 크다.

◆전망

달러 약세기조가 얼마나 지속될 지는 불투명하다. 일본 중앙은행 등의 금리동결 조치와 시장개입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14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7엔대로 소폭의 오름세(달러가치 상승·엔화가치 하락)를 보이는 등 달러화 하락세가 다소 주춤해진 추세다.

엔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일본증시와 일본경제 회복속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또한 조정 국면에 빠져 있는 미국증시의 탈출 여부와 FRB의 금리인상폭 등도 엔·달러 환율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폭락 등 이외의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엔·달러 환율은 한동안 달러당 105∼107엔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달러·유로 환율에 대한 전망은 다르다. 유로화 가치가 워낙 저평가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데다, 유럽의 경제 회복속도가 빨라 유로화에 대한 달러강세 기조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경제는 성장 속도를 조절하며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이지, 펀더멘털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증시가 첨단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이 아직도 많다.

게다가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기업인수·합병(M&A) 비용이 사상 최초로 2조달러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달러수요가 풍부한 것도 달러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방형국<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