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안한 의약분업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보건복지부는 어제 의사들의 집단폐업을 막기 위해 의료기관 및 의료인(전공의 포함)의 집단휴업이나 폐문 폐업 등을 금지하는 의료법상의 지도명령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의료계가 의약분업에 대한 자신들의 요구를 정부가 15일까지 들어주지 않을 경우 20일부터 전국 모든 의원이 문을 닫는 ‘폐업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데 대한 정부의 대응조치다.

걱정스러운 것은 의약분업 시행일자인 7월1일까지 고작 보름여를 남겨둔 시점에 이 같은 ‘지도명령’이 나올 수밖에 없느냐는 것이다. 의약분업이 성공하려면 의약계의 협력은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그런데 그 한 축인 의료계가 끝내 반발하고, 정부는 법에 의한 강제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의약분업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러잖아도 의약분업은 의료소비자인 국민으로서는 병원과 약국에 두 번 발걸음을 해야 하는 ‘불편한 제도’다. 당장은 비용도 늘어난다. 불편한데다 부담도 늘어나는 분업을 뭣하러 하느냐는 불만도 적잖게 터져 나올 것이다. 며칠전의 모의 테스트에서도 미비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점에서는 의약계와 정부가 협조해 미비한 점을 최종 점검하고 국민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마무리 준비를 해야 할 때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는 ‘지도명령과 폐업’으로 맞서고 의약간 불신도 여전하다. 이러다 보니 의약분업 시행을 다시 연기해야 하지 않느냐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당초 지난해 7월부터 하기로 했다가 준비부족을 이유로 1년 연기됐던 사안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정부와 의약계는 국민건강을 위한다는 의약분업의 근본취지에 따라 대타협의 활로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진찰료와 조제료 현실화 및 의료수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부담 증가분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국민의 양해를 구해야 할 것이다.

의약계는 현실적 조건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조정할 수 있는 신축성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우선은 내일까지로 잡혀 있는 시한 내에 정부와 의료계가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기를 기대한다. 이제 정말 남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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