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開場부터 구태인가

  • 입력 2000년 6월 11일 19시 38분


16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혹시나’하는 기대가 지나친 것이었을까. 개원 벽두부터 상임위원장 배분에 불만을 품은 자민련측이 ‘몽니’를 부려 헛바퀴가 도는 등 구태(舊態)가 여전하다. 각 당의 위원장 ‘지명’방식도 옛날식 그대로여서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 불평이 나오고 있다. 또 위원장으로 낙점된 인사들의 면면이 해당 상임위의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케이스가 숱하다.

자민련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절충에서 자민련 몫으로 농림해양위와 윤리특위 위원장이 배정되자 ‘윤리특위에는 관심도 없으니 환경노동위원장을 달라’며 몽니를 부렸다. 자민련은 특히 민주당에 대해 ‘위원장 내정자도 일방적으로 발표했으니 선출도 마음대로 해보라’며 위원장 내정자 명단을 아예 제출도 않은 채 본회의 불참을 선언해 버렸다. 17석을 배경으로 한 이런 버티기에 결국 국회는 상임위원장 선출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과거 국회가 여야의 감투싸움 이해관계로 체면도 염치도 팽개친 채 드잡이하던 양상을 재현하는 것만 같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위원장 고르기도 옛날식을 고스란히 답습한다. 몇 번째 당선이며 누가 ‘고참’인가를 따지는 이른바 선수(選數)위주고, 나머지는 당내 주류-비주류간의 나눠 먹기나 지역 안배(按配)순이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이나 상임위 경험과는 전혀 동떨어진 위원장 ‘감투 씌우기’가 확연히 드러난다.

약사회장을 지내고 보건복지위에서 경험을 쌓아온 3선의원을 정보위원장에, 건교위에서 주로 활동한 3선의원은 행자위원장에, 건교위 경험이 많지 않은 변호사를 건교위원장에 내정한 것이 그 예다. 한나라당 원내총무 경선에서 막판 사퇴한 3명이 한자리씩 받은 것도 주목거리다.

이러한 선수 위주와 갈라주기 안배가 과거의 정치에서 피할 수 없었던 관행이고 현실이었다 치더라도 ‘개혁과 합리화’가 우선 과제인 오늘날 이런 구습을 되풀이하고 안주(安住)해선 안된다. 행정이 복잡 다기하게 분화한 만큼 입법부도 전문성과 정치성(精緻性)을 전제로 국정을 심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참 의원들이라 해서 자동적으로 위원장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역대 어느 시기보다도 시민단체들의 정치 개혁 요구와 국민의 주시 속에 출범하는 16대 국회가 ‘역시나’하는 비웃음을 사서는 안된다. 구태 정치의 옷을 벗어 던지는 자세로, 개혁 입법을 비롯한 시대적 소명에 충실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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