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9일 SK 패전투수 누구인가

  • 입력 2000년 6월 11일 18시 46분


따끈따끈한 오보 이야기 하나.

이 오보는 본지를 비롯한 우리나라 언론 모두에 해당된다. 더구나 사흘이 지났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물론 언론사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9일 밤 열린 프로야구 LG-SK의 인천경기. 이날 패전투수는 SK 김정수라고 보도됐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SK가 재역전에 성공해 5-4로 앞선 5회초 LG 공격. SK 선발 강희석은 연거푸 볼넷을 내주고 마운드를 물러났다. 무사 1, 2루. 이어 나간 김정수는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 그러나 김정수는 다음 타자를 투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유도, 일거에 투아웃을 잡은 뒤 유현승과 교체됐다.

이제 주자는 2사 2, 3루. 유현승은 나오자마자 LG 쿡슨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고 만다.

자, 과연 누가 패전투수일까. 강희석? 김정수? 유현승?

현장에 있었던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원 김태선 이종호씨는 경기가 끝난 뒤 1시간여 동안 고심한 끝에 패전투수를 김정수로 확정했다.

이들의 논리는 '러키 아웃카운트'. 야구규칙에 의하면 선행 투수가 내보낸 주자가 △후속타자의 타격에 의하지 않은 주루사(도루실패 견제사 등)를 하거나 △병살타에 의해 아웃될 경우 선행 투수에게 행운의 아웃카운트를 준다고 돼 있다.

KBO 기록원은 이 예외규정을 준용해 강희석은 5회에 1실점만 했고 김정수가 2번째 실점, 홈런을 맞은 유현승이 3번째 실점을 해 역전 점수인 6점째를 준 패전투수는 김정수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날 상황에서 기록원들이 간과한 것은 김정수가 병살타를 잡기 전 안타를 맞았다는 점이다. 김정수가 이끌어낸 병살타는 당연히 자신이 내준 주자와 타자를 한꺼번에 잡는 병살타였다. 아웃카운트 2개는 너무나 당연한 김정수의 권리인 것.

'러키 아웃카운트'를 만든 그 '정신'은 아웃카운트를 줄 마땅한 적임자를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경우에만 주자를 내보내고 강판된 선행투수에게 아웃카운트를 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5회 SK의 3실점은 강희석이 2점, 유현승이 1점을 책임져야 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패전투수는 김정수가 아닌 강희석이었던 것이다.

이는 김정수가 나가자마자 차라리 홈런을 맞았다면 패전투수는 과연 누가 됐을까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김정수는 홈런은커녕 안타 1개를 내준 뒤 그나마 병살타를 유도했는데도 KBO는 그를 오히려 홈런을 맞은 것보다 못한 원흉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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