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미 증시 낙관 아직 이르다"

  • 입력 2000년 6월 7일 19시 02분


한국과 미국 증시가 나란히 대세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미 나스닥지수는 5월24일 장중에 3042포인트로 저점에 도달한 뒤 6월2일까지 20% 이상 폭등했다. 국내 거래소 종합주가지수는 5월29일 장중에 625포인트로 바닥을 찍은 뒤 20%가량 급등했다.

‘한미증시 동반 대세상승론자’들은 국내증시의 경우 예상할 수 있는 악재가 모두 노출돼 반영되면서 ‘이보다 나쁠 수는 없다’는 의미에서 바닥을 확인했다고 본다. 미국증시는 최후의 악재였던 금리마저 호재로 둔갑하면서 ‘모든 것이 호재다’는 뜻에서 대세가 확연히 상승세로 반등했다고 풀이한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에서 이같은 동반 대세상승론에 대해 만만치 않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칼럼니스트인 캐롤라인 바움은 미국 시간으로 2일 발표된 고용동향 보고서에 대해 △너무 많은 직업군을 대상으로 △방문조사 방식으로 이뤄져 신빙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에코베스트건설팅의 수석 경제학자인 로버트 브루스카 박사는 “5월 한달간의 고용지표 만 갖고 경기둔화를 논하기에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도매 및 소비자 물가지수 등 이미 발표된 지표들의 수정치가 잇달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유난히 ‘튀는’ 고용지표만 믿고 연착륙을 얘기할 수 없다는 것.

5월중 실업률 증가를 계절적 요인 탓으로 돌리는 경제학자들도 많다. 노동시간 증가율 상의 큰 변화는 80년 이후 단 7차례에 불과한데 모두 1∼6월에 발생했다. 특히 5∼6월에 3차례 발생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례적인 현상은 곧 반전됐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5월중 실업률 증가를 고등교육을 받은 취업자들이 좀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한 마찰적 실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캐롤라인 바움은 또 “과거 경험을 돌아볼 때 활황장세는 금리인상이 멈춘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금리인하 조치를 내린 뒤 6개월 정도 후에야 찾아든다”고 주장한다.

금리인상이 주춤해지면 해외투자자들이 미국에서 빠져나갈 우려가 있고 이는 달러화의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최근 유로화 강세 흐름과 맞물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에서 실제로 작년 6월이후 여섯 번에 걸친 금리인상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8월까지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LG투자증권 임송학차장은 “대통령선거 일정상 8월 안에 금리인상을 일단락짓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후 발표될 갖가지 거시경제지표가 애매하게 나온다면 6월이나 8월중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미국경제 연착륙을 국내증시에 호재로 여기는 태도를 문제삼기도 한다. 대우증권 이종우연구위원은 “연착륙이든 경착륙이든 우리 입장에서는 어차피 미국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이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위원은 “주가는 기본적으로는 실물경기의 반영이기 때문에 경기둔화 예상과 주가상승이 단기간이라면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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