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증시 소폭 오름세로 마감…"MK 반발" 시장 냉담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현대 오너일가의 동반퇴진 결정에 대해 정몽구(鄭夢九)회장이 강력히 반발, 귀추가 주목됐던 1일 주식시장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소폭 오름세로 마감됐다.

불안감이 말끔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일선에 남겠다”는 몽구씨의 ‘반란’이 자칫 달아오른 투자심리를 냉각시키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시장은 의외로 담담했다.

다만 거래소 코스닥시장 합쳐 개인투자자가 26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이 눈에 띄는 대목이었지만 “최근 값싼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개인들이 단기차익을 노려 ‘팔자’로 돌아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외국인들은 이틀째 대량 순매수를 이어갔다.

그러나 현대주식은 약세로 돌아섰다. 24개 상장종목 중 오른 종목은 상한가를 기록한 엘리베이터를 비롯, 전자 증권 미포조선 등 5개에 그쳤다.

삼성증권 투자전략팀 맹영재과장은 “현대 구조조정에 대한 불신이 확산됐다면 최소한 20∼30포인트는 빠졌어야 할 장이었다”며 “정몽구회장이 물러나느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시장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이틀 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 단기 조정국면이 예상된 데다 간밤에 미국증시도 내림세여서 걱정했는데 기우(杞憂)로 끝났다는 것.

E*미래에셋증권 박만순 투자전략실장도 “투자자들이 현대는 대우와 다르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분석.

그는 그러나 “현대가 망하느냐 망하지 않느냐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사라졌지만 정몽구회장의 반발에서 보듯 모든 게 명확해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비록 ‘그룹 리스크’는 없지만 일부 기업의 유동성위기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것.

한 외국계증권사 임원은 “외국인들이 최근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현대전자 삼성전자 등 가격 메리트가 생긴 특정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기 때문”이라며 “현대에 대한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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