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명래/개발허가제 전면 확대하자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30분


건설교통부는 지난달 30일 난개발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수십년간 지켜온 국토관리정책의 근간을 바꾸는 고단위 처방을 내놓았다. 국토건설종합계획법, 국토이용관리법, 도시계획법을 통합하고 전 국토를 '개발이 허용되는 도시구역'(주거 상업 공업지역), '엄격한 개발허가를 받아야 하는 유보구역'(녹지지역), '개발이 금지되는 보존구역'(농림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나누는 것을 기본 골자로 한다.

▼준농림지 폐지 미봉책 아닌지▼

이밖에 일정 규모 이상의 개발사업에 대해서는 표준사업절차를 제정하여 공람과 의견청취를 의무화하고 심의기구를 설치해 상위계획과의 부합여부, 주변경관 및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한 뒤 개발을 허용토록 하고 있다.

그 동안의 대책들이 대증적인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에 해당한다. 새 제도의 백미는 국토관리통합법을 만들고 말썽 많던 준농림지를 폐지하며 개발허가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해 실시하는 데 있다.

하지만 새로운 대책의 의도와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준농림지란 제도를 만들어 난개발을 부추기더니 이젠 대폭 규제하는 쪽으로 돌아서는 정부의 '병주고 약주기'식 태도를 보노라면 새 대책도 임기응변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감을 버리지 못한다. 정부는 지금도 국민적인 반대를 무릅쓰고 도시녹지 보전의 마지막 보루인 그린벨트의 해제작업을 하고 있지 않는가.

제도개선의 올바른 수순을 따르면 어설픈 준농림지 제도를 도입해 난개발을 초래한 것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우선 밝혀져야 한다. 아울러 국토관리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제도개선은 충분한 사전준비와 국민적 공론을 거쳐야 했었다. 현재와 같은 준비상태에서 주민과 업자들의 재산권 행사에 관한 요구를 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 심히 걱정이다.

정부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책의 단견은 더욱 분명하다. 준농림지는 개발용지를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정되었는데 그 대부분이 보전용지로 환원된다면 앞으로 점증하는 개발용지에 대한 수요를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것인가. 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규제 억제 위주의 제도는 그린벨트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운용부담을 안게 된다.

한편 자연녹지를 주대상으로 하는 유보지역을 어느 곳에 얼마만큼 지정할지는 앞으로 큰 논란이 될 수 있다. 만약 도시(주변)의 자연녹지가 개발용지로 우선 사용된다면 얼마 남지 않는 그린벨트는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도시권 밖으로 유보구역을 광범위하게 잡는다면 이는 결국 기존 준농림지와 엇비슷해져 정책의 효과가 의문시될 수 있다.

개발허가제를 유보지역에만 국한시키는 것도 문제다. '선계획 후개발'의 원칙은 전국토에 적용돼야 한다. 즉, 국토보전을 제대로 실현해 내기 위해서는 모든 권역에 대해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개별법에 의해 이뤄지는 모든 행위는 이 계획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허가하는 전면적인 계획허가제가 도입돼야 한다.

허가제가 투명하게 운용되기 위해서는 계획 자체가 사전에 철저하게 작성돼야 한다. 다시 말해 모든 지역의 용도에 대해 부문별로 상세한 지침계획, 실행계획, 평가계획 등이 입체적으로 구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계획작성 능력이 지금보다 제고돼야 할 것이다.

▼토지개발권 국가가 소유해야▼

허가제가 사회적 정당성을 가지려면 토지의 소유권과 개발권을 분리하고 국가가 개발권을 소유하는 조치가 우선적으로 취해져야 한다. 이렇게 되면 토지소유자는 그 이용과 개발에 대한 허가를 국가로부터 얻어야 하는 의무가 자동적으로 부여됨으로써 사유재산권 통제에 대한 시비를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제도개선이 졸속으로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국토이용 관련법 전반을 통폐합하고 아울러 전 국토에 대한 토지적성과 환경성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이 모두는 긴 시간의 인고를 요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도시농촌계획법 시행에 따라 전국 도시계획을 확정하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명래(단국대교수·도시 및 지역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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