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교통안전수칙 배우는 수원교도소

  • 입력 2000년 5월 24일 20시 03분


"실내에 중앙선과 횡단보도, 교통안전 표지판이 설치돼 있는 교도소를 보신 적이 있나요?"

98년 8월 교통사범 전담 교도소로 지정된 경기 수원시 우만동 수원교도소(소장 황신행·黃信行) 전체가 수형자들의 교통안전교육장으로 탈바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전국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3개월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교통사범은 모두 이 곳에 모인다. 작게는 상습 음주 운전부터 크게는 여러 명의 목숨을 빼앗은 대형 인명사고를 낸 사람까지 750명이 수감돼 있다.

때문에 이 곳은 겉모습만 교도소지 각종 시설이나 교육내용을 보면 대규모 교통안전학교나 다름없다. 연간 1500명이 출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4000여명의 교통안전 전문가를 배출한 셈. 수형자들이 사고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받는 교육프로그램은 일반 사회의 교통안전교육보다 질이나 양에서 모두 앞선다는 게 교도소측 설명. 최근에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한데 이어 수형자도 경기도 운수연수원에서 사업차량 운전자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정도로 재소자와 교도소 전직원이 교통전문가가 됐다.

신규 입소자들은 먼저 운전 중의 착시현상이나 속도감 등을 직접 체험하고 운전 중 졸음을 느끼면 차를 세우는지 여부 등 54개 항목에 대한 '안전운전 성향 테스트'를 받는다.

책임감과 판단력 등 각종 항목에 따라 '우수'부터 '매우 위험' 등 5등급의 판정을 받으며 개인별로 해당 분야에 대한 교정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출소 전 1개월 동안은 교통사고장애인협회, 교통안전협회 등에서 나온 20여명의 강사진으로부터 156시간 동안 집중적인 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수형자들은 또 매일 아침과 저녁 10여개 항목의 안전운전 수칙을 암송해야 한다.

정문을 통과하면 좌우측으로 교통안전 표지판 40여개가 늘어서 있고, 재소자가 생활하는 사동(舍棟)에 들어서면 노란색 중앙선과 흰색 횡단보도, 정지표지판과 횡단보도 표지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복도 벽에는 교통사고 현장을 담은 대형 사진 17장이 게시돼 수형자들에게 교통사고의 참상을 상기시켜 주기도 한다. 재소자들은 복도를 왕래할 때는 물론 거실(居室)로 드나들 때도 좌측통행과 횡단보도 통행 등 교통안전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24시간 교통안전생활이 몸에 배도록 하자는 취지다.

음주상태에서 택시를 몰다 인명사고를 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모씨(44)는 "한 번의 실수가 이처럼 인생을 망쳐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출소하게 되면 교통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소장은 "사람의 생명과 신체가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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