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잘 뽑은’용병 프랑코 하루 홈런3발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29분


그동안 상대한 국내투수 가운데 누가 가장 뛰어났느냐고 삼성 프랑코(39)에게 물었다.

그는 "내가 컨디션이 좋을 때는 어떤 투수의 공도 쳐낼 수가 있고 타격감이 나쁠 때는 그저그런 투수의 공이라도 못 치게 된다"고 말한다.

"누가 마운드에 서 있건 신경쓰지 않는다.공이 투수의 손에서 떠난 순간부터는 나와 볼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그 공을 쳐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91년 타격왕을 차지하는 등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버티며 쌓아온 훌리오 프랑코의 '타격철학'은 이처럼 배울 부분이 많다.삼성 타자들도 본받을 점이 많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영리한 교수님'이라고나 할까.

그는 초구를 잘 치지 않는 타자로 알려져 있다.이에 대해 프랑코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먹어도 두 번의 기회가 더 있지 않느냐. 초구 공격은 너무 성급하다"고 설명.

하지만 '절대로' 초구를 치지 않는 타자로 판단하면 오산. 17일 대구에서 프랑코는 1회 두산 최용호가 무심코 던진 초구 직구를 받아쳐 결승 중월 3점홈런을 날렸다. 여기서 타격감을 잡은 프랑코는 3회와 5회 연달아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쏘아올려 1경기 3홈런.

그는 "내가 초구를 치지 않는 타자라고 투수들이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다. 상대투수들에게 선입관을 가지게 만들어 놓고 허점을 찌르는 것도 타자의 능력"이라며 씨익 웃는다.

경기가 끝난뒤 두산 투수 이혜천은 "무조건 초구는 안 치는 선수로 알고 있었는데 초구에 홈런을 쳐 내길래 너무 놀랬다. 하마터면 내가 '희생자'가 될 뻔 했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프랑코의 타격성적은 17일 현재 0.358(134타수 48안타) 7홈런 31타점.우리나이로 마흔인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기록이다.물론 체력이 서서히 떨어지는 여름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그는 '제대로 뽑아온 용병'가운데 한명이다.

<대구=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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