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구단주는 승부를 초월했다지만…

  • 입력 2000년 5월 17일 23시 59분


정몽규 부산 아이콘스 구단주(38·현대산업개발 회장). 평소 힘든 산악자전거를 즐길 정도로 스포츠광이다. 프로축구단 운영도 전북 현대 구단주를 역임한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축구를 보는 눈도 웬만한 아마추어를 능가한다.

정구단주가 올 2월 팀 인수 뒤 처음으로 17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부산과 포항 스틸러스전을 관전했다. 부산은 이날 경기전까지 5연패의 늪에 빠져 있을 만큼 최악의 상황.

정구단주는 “아직은 팀 성적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호곤감독이 팀을 맡은 지 2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아 선수들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것. 최근 TV를 통해 팀의 경기를 봤다는 정구단주는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것은 미드필드가 제 역할을 못해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따끔하게 지적할 만큼 팀내 사정도 소상히 알고 있는 듯 했다.

정구단주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라며 담담하게 경기를 관전했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이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독립한 뒤에도 여전히 현대계열이라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정구단주가 언제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줄까. 구단주 앞에서 6연패의 부진을 보인 김호곤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의 침묵이 예사롭지 않다.

<대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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