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린다'는 안하고 'TGV'는 못하고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1분


‘린다 김 로비의혹사건’과 ‘TGV 의혹사건’의 실체규명은 벌써 물 건너 가버린 느낌이다. 검찰은 린다 김 로비의혹사건의 경우 “수사단서가 없다”며 아예 손도 대지 않았고 고속철도TGV사건은 불법로비 혐의자를 찾지 못해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고 한다. 언론이 여러가지 의혹을 제기했으나 아무런 소득없이 사건이 ‘수습’된 셈이다. 여성 로비스트들의 얼굴이나 보자고 여론이 들끓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두 불법로비 의혹사건의 결말을 지켜보면서 검찰의 수사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태도에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아 혹시 수사 외적(外的) 요인이 고려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검찰의 결정이 일반인의 정의관념과 법의식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고난도(高難度)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면 사건처리 과정과 결과가 상식의 눈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린다 김이 관련된 백두사업 무기도입 사건이나 고속철도 차종선정 사건은 국가적 차원의 중대한 의혹사건이다. 두 국책사업의 진행과정에서 정관계 주요인사들을 상대로 한 불법로비가 최종결정을 왜곡시켰는지 여부는 국민의 당연한 관심사다.

두 사건 모두 불법로비가 있었음을 짐작케 하는 많은 흔적과 자료,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라 나왔다. 이런 자료와 증언에 대해 국민은 궁금해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외면하고 있다.

린다 김 사건의 경우 검찰은 언론이 추적한 가치있는 단서들을 제대로 챙겨보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없이 “수사할 것이 없다”고 결론내 버렸다. 병무비리 수사에서는 증거도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채 정치인들의 ‘총선전 소환’을 감행했던 그 검찰이 말이다.

또 TGV 사건의 경우 검찰은 지난해 10월 재미동포 로비스트 최만석씨를 조사해 불법로비를 받은 의혹이 있는 정관계 유력인사들의 명단까지 확보했다는 보도다. 그러나 검찰은 최씨의 행적관리를 소홀히 해 미국으로 이미 도피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계속수사의 필요성이 있어 최씨에 대해 출국금지조치를 했다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두 사건 모두 사건 자체도 미스터리지만 검찰의 자세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보니 정권 차원의 모종 정치적 의혹설 따위가 항간에 마구 나돌고 있다. 이런저런 설이 증폭되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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