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코스닥기업 대주주 지분높이기 편법 만연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1분


일부 코스닥기업 대주주들이 지분을 높이기 위해 등록전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시가보다 훨씬 싼 값에 인수하고 있다.

코스닥위원회는 이같은 행태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신규발행물량을 1년간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물량은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 대주주만 이익을 챙기고 개인투자자들은 주가희석의 손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쎄라텍의 CB 이용〓전자부품제조업체인 쎄라텍은 3월15일 열린 코스닥등록예비심사에서 기각판정을 받았다가 4월말 2차 심사에서 통과됐다.

기각사유는 작년말 전환사채(CB) 152억5000만원(전환가능주식수 250만주)어치를 발행해 최대주주와 임원 등 3명이 전량 인수했으나 전환가가 6100원으로 공모희망가(3만2000원)에 비해 턱없이 낮았기 때문.

쎄라텍은 4월말 심사때 대주주 지분(CB발행분 포함)의 보호예수기간을 6개월에서 1년6개월로 늘리고 공모희망가도 1만5000원으로 낮춘다는 조건으로 통과됐다.

회사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이 20% 미만이어서 경영권보호를 위해 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간증권사인 하나증권이 공모희망가를 절반 이하로 낮춘 것도 공모가 산정이 무리하게 이뤄졌다는 반증.

▽인터파크의 BW 이용〓인터넷 쇼핑몰업체인 인터파크도 지난해 등록예비심사에서 한번 보류판정을 받았다. 공모가 산정 근거가 취약하고 회사가 등록전 발행한 BW 25억원(권리행사시 25만주)어치를 대주주가 모두 인수했기 때문.

신주인수권 가격도 주당 1만원(액면가 5000원 기준)으로 공모가(1만5000원)의 66% 수준으로 낮다. 인터파크는 대주주가 BW 물량을 1년간 팔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통과됐다.

하지만 대주주는 지난해 10월말 권리를 행사해 250만주(액면분할 감안)를 받았고 보호예수는 11월말 해제된다.

회사관계자는 “지분을 높이기 위해서지만 대주주가 권리행사한 주식을 팔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유상증자〓세원물산은 지난해말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주가가 4만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액면가(5000원)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총발행물량은 41만8000주였으나 대주주(특수관계인 5명 포함)가 32만주를 인수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 증권업협회는 유상증자는 시가발행이 원칙이라며 대주주물량은 1년간 팔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2월 주식추가등록을 허용했다. 세원물산 관계자는 “증권거래법상 시가발행은 강제규정이 아니며 등록후 배당도 제대로 못해 주주보호 차원에서 액면가에 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CB 또는 BW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 대주주는 앉아서 떼돈을 벌게 되지만 일반투자자는 공급물량증가에 따라 그만큼 손해를 보는 것이어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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