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대투직원들 "후임사장 이왕이면 경제해박한 관료를"

  • 입력 2000년 5월 12일 20시 24분


‘이왕이면 힘있는 경제 관료를 사장으로 앉혀주세요.’

공적자금 투입을 앞둔 대한투자신탁의 직원들이 후임 사장에 경제관료 출신을 희망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투신 대한투신의 경우 주인이 없기 때문에 과거 재무부 출신 사장이 선임될 때마다 노조와 한바탕 떠들썩하게 일전(一戰)을 치르던 것에 비하면 직원들의 ‘관료 출신 사장 환영’은 극히 이례적인 일.

10일 열린 사장추천위원회 위원들의 상견례에서 대한투신측은 위원들에게 “이왕이면 경제에 해박한 정통 관료 출신을 뽑아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투신측은 이같은 바람이 ‘직원들의 공통된 정서’라며 공적자금 투입후 직원들을 추스르고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관료 출신이 가장 적임자라는 의견을 냈다는 후문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면 주인이 정부가 되는 만큼 정책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강력한 추진력을 가지려면 관료 출신이 적격이라는 것. 또 공적자금 투입 후 한국투신과의 합병 문제가 거론되면 파워게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도 관료 출신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사장추천위원회 의견에 대해 노조측은 “직원들의 공식 의견은 아직 없다”며 반발하는 상태. 서재기 노조위원장은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만큼 정부 의견을 무시할 수 없지만 관료 출신이 낫다는 의견을 집약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서위원장은 “직원들의 의견은 투신업을 모르는 정치인은 절대 사장에 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민간 출신의 전문경영인을 선호하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민간 출신으로 적임자가 없으면 경제관료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게 서위원장의 설명.

일각에서는 이미 관료 출신을 내정한 상태에서 이같은 수순밟기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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