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석연찮은 세무조사

  • 입력 2000년 5월 12일 20시 24분


‘세무조사’라는 말은 이중성을 띠고 있는 것 같다. 탈세를 방지하고 탈세를 처벌함으로써 조세정의를 실천하자는 것인데 꼭 그렇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실제 세무조사를 통해 기업의 불법거래, 편법 증여, 비자금 조성 등 탈법적 사례들이 낱낱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지만 세무조사 때문에 사회가 시끄러워지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후자의 경우인데 대개는 세무조사의 순수성이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축구협회가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 축구협회는 ‘보복적’이라는 말은 자제하고 있지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축구협회의 반발은 △경기단체에 대한 세무조사가 전례 없고 △협회예산의 상당부분이 회장의 출연으로 충당되며 △2002년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의 조사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세무조사에는 어떤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시각이다. 물론 이에 대한 세무서의 대응은 법 규정에 따라 ‘사전 통보된 통상적 조사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축구협회의 반발도 세무서의 발표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두 가지 이유에서 조사의 순수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 하나는 무소속 국회의원인 정몽준 축구협회회장에 대한 정치적 견제가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몽준 회장은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또 이번에 국회에 진출하는 김운용 체육회장과도 껄끄러운 관계임은 이미 알려진 일이다. 특히 박장관과 정회장은 시행을 앞둔 축구복표사업과 관련해서 사업자선정 및 수익금 배당방법 등에서 현격한 견해차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하나는 세무서의 후속조치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10일 조사에 착수한 세무서는 파문이 커지자 당일 협회에 ‘연기요청을 하라’고 주문했는데 축구협회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세무서는 또 조사를 15일까지 중단키로 했다는 것이다. 조사가 규정에 따른 통상적인 것으로서 당당하게 진행되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이제 모양도 이상해진 것 아닌가. 경기단체를 포함한 임의단체도 법인이든 아니든 세무조사나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원칙이다. 그러나 원칙이 작위적으로 적용된다면 의혹은 생기게 마련이다.

<윤득헌논설위원>dhy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