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선의 뮤직@메일]음악도 소비하는 시대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38분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악가가 음반을 발표해 떠들썩해지는 일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음반 녹음 기술의 발달로 웬만한 명곡은 개인이 소장할 수 있게 된데다, 클래식 음반을 내서는 좀체로 명성 만큼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성악-대중음악 접목 유행

그래서 성악가들이 대중음악과의 접목을 시도하는 크로스오버가 요즘 심심찮게 나돈다. 조수미의 뮤지컬과 팝 명곡을 담은 음반도 그런 예이다. 얼마 전까지 크로스오버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클래식계에서 시비거리가 된 것을 생각하면 사회가 급변함을 느낄 수 있다.

경제적 이유를 떠나 생각해 본다면, 사람들이 감상하면서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음악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는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음악적 엄숙주의를 멀리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대중음악 쪽을 보면 패티김 류의 고전적 명곡이나 대곡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이른바 스탠다드 팝 류의 작품을 기본으로 음반을 내서는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 장의 LP를 ‘지지직’ 정전기가 일도록 닦아, 잡음까지도 소중하게 듣던 시대가 사라진 것이다. 온갖 매체에서 잡음 하나 없는 원음이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음악을 간직해야할 필요 없이 그저 소비만 해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음악 중에서도 대중음악은 철저하게 소비하기 쉬운 곡들이 잘 팔린다. 노래방에 가서 자신이 가수가 돼 마음껏 뽐내며 부를 수 있는 곡을 한 두 달 좋아하다 버리는 것이 요즘 세대의 음악 소비 구조다. 자고 나면 새로운 곡들이 줄줄이 늘어서서 소비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업성 배재한 작업 소중

빠르고 슬픔마저 흥겨운 듯 들리는 요즘의 노래들 속에, 윤도현밴드가 내놓은 ‘한국락 다시 부르기’나 이은미의 ‘노스탤지어’는 상업적 성공과는 상관없이 마른 하늘의 단비처럼 소중한 작업들로 생각된다.

(박해선=KBS2TV PD·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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