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야구읽기]승률 99%가 뒤집어지는 경기…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38분


메이저리그 불세출의 포수이자 명문 뉴욕 양키스의 감독으로 팬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요기 베라는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았다"는 명언을 남겼다.

일본에서도 오래전 도쿄 6대학 야구대회 결승전에서 한 대학팀이 큰 점수차로 리드하자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학교가 우승할 것 같으니 야구장으로 오시라"는 연락을 했다가 낭패를 당한 일이 있다.

총장이 야구장에 도착해 보니 팀은 대역전패를 당해 야구부장과 감독이 몸둘 곳을 찾지 못했던 것.요즘 같으면 휴대전화로 중간에 연락이라도 했겠지만….

국내에서도 70년대 '역전의 명수'로 불리웠던 군산상고가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결승에서 부산고에 기적같은 역전승을 거둬 '야구는 9회 투아웃부터'라는 말을 되새기게 했었다.

일요일인 7일 두산은 서울 라이벌 LG와의 잠실경기에서 9회 2사후 무려 5득점해 동점을 만든 뒤 10회초 강혁의 결승타로 극적인 11-10의 역전승을 연출했다.

LG는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겨두었으니 96.3%의 승리요건을 이미 갖추었고 (27명중 26명 아웃) 누상에 주자는 한명도 없었으니 5점 리드라면 실제 99.9% 이긴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연이은 안타와 4사구로 순식간에 상황이 급변한 것은 "설마 5점 리드인데…"라는 방심이 0.1%의 확률과 교차된 것이 아닐까.

승리확률 99.9% 경기의 역전패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모든 일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방심은 금물이란 것이다. 우리 인생도 끝날 때까지는 끝나지 않은 것처럼….

(야구해설가)kseven@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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