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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5월 9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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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이 98년 제작한 팔당상수원 오염원 지도를 보고 방문객 가운데 한 사람이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2000만 수도권 시민의 생명수인 팔당호는 러브호텔과 음식점 등 9000개가 넘는 식수오염원으로 포위돼 있다. 식수원 지역이 아니라 전원 위락단지가 돼 있는 현실인 것이다.
팔당호는 75년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필두로 집중적인 정부 관리를 받고 있다. 주민들은 축사 하나 마음대로 짓지 못하는 재산권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팔당호를 식수로 사용하는 수도권 시민들 또한 t당 80원씩 물 이용 부담금을 낸다. 2005년까지 모아질 부담금 2조177억원은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해 사용된다. 혈세를 걷어 국민의 생명수를 1급수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좋으나 정책을 입안하는 중앙정부와 건축구조물에 대한 사업허가 승인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동상이몽인 현실에서는 헛돈만 쓴 꼴이 되기 쉽다. 불행하게도 이미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양평군으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프라임산업은 최근 22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건설을 팔당호변에 착공했다. 현재 7개 팔당특별대책지역의 하루 오폐수 발생량은 34만4000t으로 이 중 하수처리되는 양은 60%인 20만6000t에 불과하다.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 14만여t이 매일 팔당호로 유입된다. 이 마당에 하루 180t의 오폐수를 발생시키는 대형 오염원 건설이 착공된 것이다. 준농림지역 내에 이렇게 무분별한 행위허가를 남발하게 되면 식수원 정화는 물 건너간다.
물 이용 부담금을 흔쾌히 내겠다는 시민들의 지지가 있었기에 말 많았던 수변구역 지정 등 정부의 팔당호 특별대책도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도 왜 초고층 프라임아파트는 들어서는가? 어째서 러브호텔과 음식점은 날마다 늘기만 하고 축산폐수와 농약이 팔당호를 썩게 하는가?
팔당호변 특별대책지구의 지자체들이 보여주는 태도는 세수증대 지상주의라고 불러야 맞을 것이다.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수질개선금과 주민들에게 직접 지원되는 물이용부담금 등에 대해서는 ‘당연히 받을 것’이라는 태도인데 반해 의무는 이행하지 않는다. 건축허가와 사업승인을 남발하는 것을 보면 세수증대만이 지자체 살림을 꾸릴 거의 유일한 재원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팔당 상류지역의 고랭지 채소단지 3000평은 60일 정도에 약 2000kg의 비료을 사용한다. 제초제나 살충제 등 농약도 대여섯 차례 뿌린다. 이 비료와 농약 대부분은 그대로 한강 본류로 흘러든다. 정부는 이들을 유기농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을 펴야 한다. 축산폐수 또한 숯과 미생물을 이용한 자가정화법 등을 제도화하고 지원해야 한다.
물이용부담금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챙기고 재산권 행사 또한 해야겠다는 주민 태도도 이중적이지만 현실성 있는 계도행정과 지원책을 만들지 못하는 정부도 문제다. 이런 현실이라면 시민의 노력과 양보는 어디서 대가를 찾아야 하는가? 4인 가족이 월 1600원이나 하는 물이용부담금은 도대체 왜 내야하며 3급수를 2급수라고 강변하는 팔당물을 참고 먹어주는 일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물이용부담금은 시민과 환경단체들의 조세저항 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시민들의 환경권은 보장돼야 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시민의 생명수를 지키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오늘날 팔당 수질문제의 핵심은 수질개선대책이 관 주도였기 때문이다. 관이 아닌 시민이 중심이 되는 ‘팔당수질개선 연대기구’를 조직해야 한다.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시민의 기획과 의지를 보조하고 북돋워 주어야 문제가 풀린다. 지자체에 건축행위 억제를 요청하는 수준의, 실효성이 없을 게 너무도 뻔한 대책을 일이 터진 다음에야 마련하는 환경행정은 무능하다. 시민을 팔당 대책의 중심에 세우자. 그것이 대안이다.
대체 가당키나 한가? 2000만 시민이 수돗물 먹는 죄로 내는 가욋돈을 챙기면서 세수 더 늘리겠다고 22층 초고층 아파트나 허가하는 후안무치가.
최 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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