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누가 박진만을 ‘물’로 보는가

  • 입력 2000년 4월 28일 18시 46분


‘5년 만에 잃어버린 반쪽을 찾았다.’

96년 고졸 루키로 현대에 입단할 때부터 ‘수비의 핵’ 유격수로서 국내 최고 수준의 수비실력을 인정받은 박진만(24·현대). 올 시즌 프로 입단 5년째를 맞은 그가 이제는 타격에도 눈을 떠 놀라운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27일 현재 타율 0.366으로 타격 3위. 팀 내에선 심재학 박재홍 퀸란 등 팀내의 내로라 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수위타자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도 27일 LG전에서 4타수 1안타(2점 홈런)에 머물러 타율이 떨어진 것이지 26일엔 비록 중간순위지만 생애 첫 타격 수위(0.375)를 하기도 했다.

상위타선의 연결고리인 9번 타자 박진만이 ‘의외로’ 펄펄 날자 현대는 27일 현재 파죽의 7연승으로 8개 팀 중 최고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박진만은 그동안 넓은 수비반경과 저격수의 사격처럼 정확하고 빠른 송구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현역시절 ‘여우’로 불리던 유격수 출신 김재박감독을 빼닮았다고 해서 수비에선 ‘박재박’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격력. 박진만은 지난 시즌까지 4년 동안 단 한번도 3할대 이상의 타격을 보인 적이 없다. 바로 이것이 같은 수비위치의 골든글러브 단골수상자 이종범(주니치 드래건스) 유지현(LG)과의 차이점. 그런 그가 타격수위에까지 오르내리니 김재박감독은 그리 예뻐보일 수가 없다.

도대체 박진만은 어떻게 ‘물방망이’를 ‘불방망이’로 바꿀 수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피나는 노력’. 그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남보다 훨씬 더 열심히 몸 만들기에 열중했다. 팀 선수 중에서 가장 무거운 벤치프레스를 하는 강필선을 졸졸 따라다니며 악착같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해내자 고질적이던 왼쪽 무릎 통증도 가셨다.

그러나 이것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박진만은 지난해 말 새 스승을 만났다. 지난해 11월 LG에서 새로 합류한 ‘공증받은’ 김용달 타격코치와 함께 새로 시작하듯 타격자세를 뜯어고친 것.

미국전지훈련에서도 박진만은 공식훈련시간인 오전 10시보다 몇시간 먼저 나와 김코치로부터 특훈을 받았다.

“타격 때 잡다한 동작들이 없어지고 볼에 적극성을 갖게 돼 집중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김코치는 박진만의 ‘타격 업그레이드’를 분석한다.

지난 시즌 3개밖에 없던 홈런을 벌써 4개째 때려내 장타력도 생긴 박진만. 그가 취약점인 여름 체력열세를 극복하고 ‘타격의 달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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