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6만4000명의 의미

  • 입력 2000년 4월 23일 20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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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법자는 가급적 교정시설에 가둬 사회와 격리시키는 게 상책인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수감생활이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수용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교정시설의 최다 수용기록(소년범 제외)은 IMF형 경제사범 이 폭증했던 98년12월의 7만4000여명. 그후 꾸준한 특별가석방 조치 등으로 1만여명을 줄여 지금은 6만4000여명이 수감돼 있다. 법무당국은 아직도 많이 줄여야 한다는 입장. 평당 2명씩을 기준으로 해서 5만8000명 정도가 적정인원이라고 말한다.

▷치솟는 수감인원 때문에 골치를 앓는 대표적 국가는 미국이다. 법무통계국(BJS)에 따르면 미국의 성인범 수용인원은 99년6월 현재 186만명. 즉 인구 147명에 1명꼴이라는 환산에 미국사회는 충격을 받고 있다. 그 이전 세계최고기록 보유국은 러시아로서 98년에 인구 146명당 1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교도소의 만성적 초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까지 30만명을 줄이는 야심찬 계획을 실천중이다. 따라서 지금쯤은 미국이 꼴찌로 내밀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85년에 80만명 미만이던 미국의 수감인원이 14년 사이 100만명 이상 늘어난 이유는 뭘까. 마약사범의 증가와 각종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처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현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많다. 최근 검찰의 발표처럼 마약사범이 급증추세이고 10대들의 흉악범죄도 증가일로를 걷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감인원은 현재 인구 730명당 1명꼴이다. 하지만 어물어물하다간 미국을 닮아갈지 모른다. 인구 2400명당 1명꼴인 일본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각 주는 10대들의 범죄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미성년자도 성인법정에 세우는 입법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사의 권한이 판사보다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도 최근의 흥미있는 변화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사회내 처우 , 즉 모범 수감자들은 전자감시장치를 채워 사회에 풀어놓고 교정하는 방법 등을 적극 시험해볼 때가 됐다고 본다. 교정의 효과나 비용 면에서 유리하지 않을까.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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