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금감위장 "시장주도 구조조정 이미 시작"

  • 입력 2000년 4월 20일 21시 06분


‘금융기관이 망하지 않으면 금융산업이 망한다.’

총선전 정부가 주도하는 반강제적 구조조정 가능성을 강력히 부인했던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위원장이 20일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 대세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광고주협회 조찬회에 참석,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금리에 상관 없이 우량하다고 알려진 금융기관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면서 “시장주도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이위원장은 “우량기업은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반면 미심쩍은 기업은 금리에 관계 없이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고 증시에서도 주가 차별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기업쪽에도 시장주도의 구조조정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풍상호신용금고의 영업정지는 금융회사가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면서 “내년부터 예금보장액이 축소되는 만큼 앞으로 비슷한 사태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풍금고의 공매도에 대해 이위원장은 “가격조작의 의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하고 “증권사가 고객들에게 특정주식의 매입을 권유하고 자신은 내다 팔거나 투신사가 특수관계인 증권사에 주문을 집중시키는 등의 행위는 조만간 시장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장주도 구조조정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 이위원장은 “은행이 가장 많이 망한 나라가 미국이지만 가장 강력한 금융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규제와 보호로 인한 금융부문의 비효율은 결국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국가부도 위기를 초래했다고 반박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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