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가 등록금분규 농성사태…3년만에 9~14%인상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5분


대학 등록금이 3년만에 비교적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전국의 국공사립 대학들이 학내분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지역 9개 사립대학 총학생회가 지난달 등록금 인상저지 연대투쟁을 선언한 데 이어 전국적으로 대학마다 등록금 인상을 반대하는 집회와 점거농성으로 캠퍼스가 어수선한 가운데 학사행정이 거의 마비상태다.

3월22일부터 총학생회장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연세대의 경우 17일부터는 200여명의 학생들이 본관건물을 점거하고 무기한 농성중이다. 학교측은 11.8%의 인상을 추진하는 반면 학생들은 전면 동결을 요구하고 있어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학교측이 재학생 9.5%, 신입생은 12.3%의 인상안을 제시한 경희대도 3월22일부터 현재까지 4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측 안을 거부하며 총장실이 있는 본관 건물을 점거해 농성중이다.

일부 학생들은 “지난해에 등록금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던 학교측이 이제 와서 등록금을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3월2일부터 학생들이 등록금 환원을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해 농성중인 영남대의 경우 학교측이 납부 마감일인 3월29일까지 등록을 마치지 않은 학생회 간부 등 3명을 최근 제적조치하면서 학교와 학생들 사이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올해부터 국공립대의 등록금이 자율화됨에 따라 대부분의 단과대에서 등록금을 9% 안팎 으로 인상한 서울대 역시 학교와 학생측이 한동안 심한 마찰을 빚었다.

등록금이 14% 가량 인상된 의대의 경우 학생들이 마감기간이 임박할 때까지 등록 거부투쟁을 벌였으며 단식농성까지 간 끝에 일단락됐지만 아직 불씨가 남은 상태.

올들어 등록금 인상투쟁이 과격화되면서 단식농성 또는 점거농성사태가 빚어진 국공사립대학은 재단측의 학내 사찰문제로까지 비화된 성균관대를 비롯해 한양대 경북대 부산대 등 27개교로 이중 14개 대학은 농성을 해제했고 13개 대학은 농성이 진행중에 있다.

전국의 191개 국공사립 대학 가운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들도 대부분 올해 개학과 함께 한두차례씩 시위와 농성이 벌어지는 등 등록금 인상과 관련해 학내 분규를 겪었다.

올들어 각 대학이 등록금을 경쟁적으로 인상한 것은 올해부터 교육부가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을 자율화한 데 영향받은 것으로 대학가는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올초 서울대가 등록금을 9% 가량 올린다는 방침을 결정하자 사립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최고 15% 이상의 인상안을 마련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국립대가 등록금을 올리는데 재정이 훨씬 열악한 사립대의 두자릿수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2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 학교 재정이 열악한 상태에서 기부금입학제 도입이나 정부지원 확대 등 재정문제를 해결할 근본 대책이 없는 한 등록금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정부와 대학측이 교육재정 확보와 재정운영 개선노력은 뒷전에 둔 채 등록금 인상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홍성철·이헌진·선대인·박윤철기자> sungchul@donga.com

▼"재정난 심각 인상 불가피"…대학측 주장▼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이 학교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한다.

98, 99학년도에 경제난을 이유로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1∼2% 인상에 그쳤으나 물가는 소폭이나마 계속 상승해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교수 교직원 등의 인건비도 이제 인상해줘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정부의 재정지원이 사립학교 총수입의 3.9%에 불과하고 재정의 68.9%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현실에서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교육이나 연구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대학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내 한 대학의 기획처장은 “학생들과 협의과정에서 당초 계획한 인상률을 낮췄다”면서 “대학은 현재와 같은 재정상황에서 사회변화를 쫓아가기에도 바쁜 실정”이라고 말했다.

수백억원대의 적립금을 갖고 있는 일부 사립대도 교육시설이나 환경에 이를 투자해야지 일상적인 학교 경영에 쓴다면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이 현저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대학총장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해 재정을 마련하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조금을 현재 3%대에서 10∼20%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대학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 면제와 함께 기부금입학제를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준우기자> hawoo@donga.com

▼"財團적립금 풀어 써라"…학생측 주장▼

학생들은 “사립대마다 막대한 재단적립금이 쌓여있는데다 정부의 지원부족 등에 대한 근본 해결책없이 막연한 논리만을 내세워 학생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반대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등록금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전국 55개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들은 ‘3년간 동결해 온 등록금으로는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학교측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사립대들이 쌓아놓고 있는 수백억∼수천억원의 재단적립금을 들어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성균관대 총학생회 진미옥(24)학원정책국장은 “교수충원이나 인프라개선 등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그동안 학교운영이 어려웠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물가인상 등을 앞세워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교육재정확충을 통한 교육의 질 개선이 현정부의 중요공약사안임을 들어 사립대의 재정문제 개선을 위한 정부의 근본적인 해결책도 요구하고 있다.

등록금문제는 학생들과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며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는 학교측에 대해 학생들은 “학우들이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투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강경투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윤철기자> 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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