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증시 안정화 지혜 모을 때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08분


지난주 미국 증시의 대폭락사태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증시에 일파만파로 파급되고 있다. 17일 국내 증시의 투매사태와 주가폭락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정부는 투자자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당장은 별 효과가 없다.

증시의 거품이 지나치게 컸다면 언젠가는 걷힐 수밖에 없다. 차제에 털어낼 부분은 털어내면서 시장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증시가 걷잡을 수 없이 침몰한다면 우리 경제와 사회에 심대한 직 간접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증시의 위기가 임계점을 넘어설 경우 금융 전반의 불안과 함께 실물경제에까지 엄청난 악영향이 우려된다. 경기 호전을 바탕으로 마무리해야 할 은행 투신사 등 금융권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공적자금 회수도 불투명해질 것이다.

우선 관심의 초점은 미국 증시의 향배다. 미국 증시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내 증시의 동반몰락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설혹 국내적 노력으로 우리 증시의 미국 동조화를 상당폭 완화할 수 있다 하더라도 미국 증시가 심각한 장기침체에 빠지면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미국 정부 및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정책선택과 월 스트리트 큰손들의 투자동향이 주목된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와 시장이 미국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다. 시장원리에 반하는 직접적 개입에 나서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 보다는 금리 통화 환율 물가 등 거시경제 운용상의 정책조합을 최적화하고 증시 수급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적극적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 기술개발 생산성향상 등에 대한 지원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기업들의 경쟁력과 실적이 지속적으로 호전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시장에 심어줘야 한다. 수량 위주의 벤처기업정책은 차제에 내실 위주로 전환해 기술력과 실적이 뒷받침되는 유망벤처기업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금이 우리 증시에 계속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도 경제 각부문의 구조개혁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동시에 외국인의 단기성 투기자금 이동에 대한 감시 및 대응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 주식의 외국인 지분이 30%에 육박하고 실제 주식거래의 절반 이상에 외국인이 영향을 미치는 현실은 좋건 싫건 간과할 수 없다.

상황이 급박할수록 증시가 정국 및 노사정관계 등의 변수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소지가 크다. 이 점에 대해 정치권과 관련 경제주체들의 대국적 협조 또한 절실히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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