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경협 치밀한 설계를

  • 입력 2000년 4월 11일 19시 51분


경제협력은 남북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 첫째 가는 지렛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받아들인 데도 경협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남북간 경협의 실질적 진전은 정상회담을 실현하는데 불가결한 조건이자 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 속에 담길 구체적 성과이기도 하다. 1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한의 농업 및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비롯한 남북 당국간 경협문제를 정상회담의 첫째 의제로 꼽은 것도 그런 인식 때문일 것이다.

경협의 본격화는 더 나아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의 가장 유효한 기반이 될 것이다. 요컨대 경협의 확대 발전은 남북간 신뢰구축과 평화정착의 동인(動因)이자 결과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북한에 대한 경협 지원은 남측이 어느 정도는 각오해야 할 ‘평화비용’ 부담의 성격을 띤다.

그러나 경협 촉진을 위한 재원 마련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정부가 손쉽게 쓸 수 있는 자금은 남북협력기금 등 4000억∼5000억원 정도로 충분치 못하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기금 확충을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통일국채발행 방안까지 떠올리고 있다. 하지만 기금 확충은 국민의 부담을 증대시키고 국채 발행도 국민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망된다.

그러한 현실을 감안해 남북 양측은 국제기구 및 제3국의 자금이 북한에 유입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긴밀하게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협력은 한층 진전된 남북경협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지원하는 등 남측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우선 북한이 경제제도를 국제기준에 맞게 고치는 등 해외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계기로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청산절차 분쟁조정 등에 관한 협정이 조속히 체결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들 4대 협정을 발효시켜 북한체제의 특수성에 따른 위험부담을 제도적으로 해소하지 않고는 대북(對北)투자를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편 국내적으로 이른바 북한 특수(特需)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부추겨져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남북경협의 호혜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치밀하게 기반을 정비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급하다. 또 기업들이 ‘북한행 티켓’을 서둘러 챙기지 못하면 큰 손해나 볼 것처럼 무질서 무분별하게 경쟁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북 투자는 적어도 단기적으론 국내 및 제3국 투자에 비해 훨씬 많은 기회비용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정부도 기업들도 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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