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존] 강우석 시네마 서비스 대표 인터뷰

  • 입력 2000년 4월 11일 12시 00분


미국 월가의 유력 벤처 자본 중 하나인 워버그 핀커스와 영화 배급사 시네마서비스의 투자조인식이 7일 오후 5시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이날 워버그 핀커스는 시네마서비스에 1차로 200억원을 투자하며 향후 15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영화계 주목을 받아 오던 시네마서비스의 외자유치가 성사됨에 따라 그간의 진행 경과와 향후 행보와 관련해 강우석 시네마서비스 대표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6일 오후 시네마서비스 사옥에서 진행된 이 날 인터뷰에서 강우석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에 대한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아울러 서울극장 곽정환 회장과 싸이더스 차승재 부대표 등과의 관계 등 비교적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서울극장 곽정환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일각에 나돌았던 결별설을 일축했고 싸이더스 차승재 부대표와는 한 배를 탄 것과 다름없다고 말해 협력 관계를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KTB 등으로부터 거액의 지분 투자를 받은 강제규 감독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서는 컨텐츠 제작에 더 노력을 들여야 할 것이라는 충고까지 곁들이기도 했다.

워버그 핀커스와 시네마서비스가 손을 잡게 된 그간의 배경은.

▶ 4개월 전에 우연히 방문을 받았다. 어느 변호사를 통해서 였는데 그때는 작년에 우리가 개봉했던 영화들이 흥행이 잘 됐던 상황이고 돈이 별로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았던 때였다. 그런데 조금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투자를 하고 싶다고 해서 두 달 동안 고심을 해 보다가 얘기를 한번 해 보자고 했다. 그 때쯤 회사 경영 상태를 점검해보니까 은행돈이라든지 금리부담이 상당히 심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러다가 영화가 몇 편 연달아 실패하면 회사가 부도나버리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흑자도산이 남 얘기같이 들리지 않더라. 무엇보다 영화도 더 많이 찍고 싶고 영화에 관한 비즈니스도 좀 더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자금이 부족하다고 느껴 검토를 시작했다.

이번 자본이 특별히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나.

▶ 그렇다. 그 동안 투자를 받았던 돈들은 어느 작품에 얼마 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흥행이 끝나면 원금과 함께, 이익금을 돌려줘야 하는 그런 돈들이어서 심리적 압박감이 굉장히 심했다. 그런데 워버그 핀커스와는 5년 동안 같이 일만 한다. 이를테면 주식 가치가 높아져서 팔고 나가 버리는 자본이 아니고 최소한 5년 동안, 5년에서 7년 까지는 같이 경영을 하고 그 때가서 회사가 좋아지면 그 쪽이 이익금을 챙기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로 봐서는, 또 한국영화 전체로 봐서는 굉장히 양질의 자본이다.

김종학 프로덕션과의 합작도 이번 외자 유치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인가.

▶ TV 쪽 일은 드라마가 됐든 쇼 오락 프로가 됐든 우리 영화인들이 할 수 있는 장르가 있다. 이번 합작은 사실 모방송사와 4년 전부터 같이 얘기해왔다. 드라마쪽도 2년 전부터 드라마를 우리 쪽에서 공급하겠다는 얘기를 해 왔었는데 그 때는 어떤 드라마를 찍을 것인가 어떤 소재로 할 것인가 결정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영화 찍는데 쫓겨서. 그러니까 김종학 프로덕션과의 합작은 자본 유치에 맞춰서 한 게 아니다. 사실 이게 먼저지. 외자 유치 때문에 쉬쉬하고 있다가 이제는 알릴 때가 되지 않았나 해서 알린 것이다.

무한영상 벤처투자조합을 함께 결성했던 차승재 싸이더스 부대표와 앞으로의 관계는.

▶ 작품 하나로 보면 경쟁관계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 영화도 우리가 이미 투자를 한 영화고 무엇보다 우리가 배급하는 영화다. 어쨌거나 차승재씨가 잘 되는 것이 우리로서도 좋다. 깊게 보면 한 배를 탔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번 외자 유치 과정에서 서울 극장 곽정환 회장과 결별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 나도 그 소문을 듣고 곽회장에게 물어 봤고 곽회장도 무슨 소리냐고 했다. 아마 이런 것 같다. 처음에 곽회장은 외자 유치를 반대했다. 투자를 함부로 받으면 영화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게을러지거나 남의 돈이라고 함부로 할 리가 없다고 설득했다. 이제껏 회사를 일궈온 것에 대한 반대급부이고 그만큼 평가를 받는 것이니까. 시네마서비스는 엄연히 곽회장과 같이 만든 회사이고 같이 번 돈이기 때문에 조금 더 길게 보고 가야 한다, 몇 억, 몇 십억 버는 게 별로 중요한 시기가 아니지 않느냐 말씀드렸다. 결국 이에 동의를 해 주었다. 아마 처음에 반대를 했다는 것 때문에 결별 얘기가 나돈 모양이다.

곽회장과 앞으로도 관계가 유지된다는 얘긴가.

▶ 물론이다. 곽회장은 내 나이가 겪지 못한 것을 다 겪었다. 그만큼 전수받을 노하우가 여전히 많다는 얘기다. 요즘 내가 잘 나가고 있다면 그렇게 만들어 준 분이 곽회장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모든 것을 상의하고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스닥 상장은 염두에 두고 있나.

▶ 언젠가는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코스닥이라고 하면 주식가치를 높여 돈 벌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우린 구조상 그렇게 안 된다. 워버그 핀커스와의 계약상으로도 최소5년간은 주식을 못 팔게 되어 있다. 우리가 코스닥에 등록하겠다는 것은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단 얘기이지 그걸 가지고 뭘 해 보겠다는 건 아니다. 만약 그게 목적이었으면 아마 벌써 서둘러서 이미 등록을 했을 것이다. 최소한 5년간은 주식이 얼마가 됐든 서로 팔지 않고, 이미 계약서에도 그렇게 돼 있지만, 좀 과장되게 얘기하자면 끝까지 남아서 영상에 관한 모든 것을 하는 집단으로 만들자는 것이 우리 목표다.

최근 강대표의 움직임을 둘러싸고 '독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독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시네마서비스가 배급사 내지는 극장과 유대 관계를 만들어가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영화사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시네마서비스 이름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작년에 '자귀모' 한 편이다. 어느 나라든지 배급사는 있다. 미국에서 월트디즈니가 흥행을 많이 시켰다고 월트디즈니 보고 독점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만약 시네마서비스 내에서 제작도 하고 배급도 하고, 돈을 다 벌면 독점이다. 그러나 작년에 시네마서비스가 번 돈보다 같이 일한 모 개인 영화사가 번 돈이 더 많다. 작년에 '마요네즈' '연풍연가' '이재수의 난'이 계속 안 되면서 눈 앞에 보이는 두 글자가 '부도'였다. 그런데 3개월 뒤에 사람들이 나보고 '독점'이라고 하더라. 웃기는 얘기 아닌가.

강제규 감독은 해외 유통망에 뛰어들었다. 상대적으로 해외 배급에 약한 것 아니냐.

▶ 일본 쇼치쿠와 시네마서비스 영화를 교환 배급하기로 얘기가 무르익었다. 조인식 같은 절차가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간 우리 영화가 해외 배급이 안 되었던 것이 마케팅이나 배급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국영화 관객들이 언제부터 우리 영화가 볼 만하다 했는가. 이 볼 만하다는 시점이 해외에도 나갈 수 있는 시점이 되는 것이지 물리적으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최근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프랑스에2십만 달러 넘게 팔렸고 상업영화로 정식 개봉하겠다고 미국 배급사가 나서기도 했다. 영화의 질이 좋아져서 가능한 거다. 예전에는 영화의 질에 우리 스스로가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시도도 못 해 본 것이지 배급 못해 안 간 것 아니다.

강제규 감독의 움직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생각만 너무 앞서는 것 같아 걱정된다. '쉬리'로 큰 돈을 벌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강제규 감독의 영역은 '투캅스1' 정도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필요하단 얘기다. '투캅스1' 이후 내가 겪은 5년간의 시행착오를 다 겪어야 할 텐데.

막말로 아시아 배급망 다 만들어 놓고 물건이 꽝이면 어떻게 할 건가. 컨텐츠에 대한 노력이 같이 가야 한다. 컨텐츠는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15억으로 하나 됐다고150억 들여 10개 만들자고 하면 그게 되겠는가. 뜻대로 안 된다. 영화는 자본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하다 보면 자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기가 있다. 그 때까진 사람 관리다. 빨리 잠수해서 한국영화 만들라고 충고하고 싶다.

'신라의 달밤'이 궁금하다. 영화 안 찍나

▶ 사실 그 동안 나 스스로가 유명세를 즐기는 편이었다. 영화를 그만둬야 하는 시점에 결국 듣고 싶은 말은 '감독'이라기 보다는 '영화 산업을 주도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내가 아니면 못 찍는다 싶은 영화가 나타나면 아마 찍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을 잘 만들고 더 많은 감독, 제작자들이 나오게 하는 게 더 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오동진/ 정리 변지영(Film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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