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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21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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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경기 전만 해도 ‘2강’으로 꼽힌 팀은 현대와 삼성. 하지만 LG가 이 ‘양강 구도’를 깰 팀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수협 파문에 휩싸였던 투타의 핵 최향남과 김재현은 올 시즌 활약이 미지수지만 대신 ‘새로운 피’가 수혈됐기 때문이다.
타선에서 눈에 띄는 선수는 지난해 11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국내로 역수입된 외야수 최경환(28).
94년 한국인 타자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거의 꿈을 품고 태평양을 건넜던 최경환은 애너하임 에인절스를 거쳐 96년부터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싱글 A팀인 사라소타에서 2년을 뛰었고 멕시칸리그에서도 경험을 쌓은 재목.
비록 메이저리그 진출은 실패했지만 ‘큰 물’에서 놀던 기량은 숨길 수 없는 법. 시범경기를 통해 착실히 한국무대에 적응하며 올 시즌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경환은 21일 광주 해태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 1사 만루에서 우측 담을 넘는 115m짜리 그랜드슬램을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4타점으로 물오른 타격감각을 과시했다. 특히 이날 쳐낸 3개의 안타가 모두 2구 이내에 공략한 것으로 미국 프로출신다운 적극성도 돋보인 부분.
최경환이 타선의 기대주라면 LG 용병투수 대니 해리거(31)는 마운드의 ‘희망’이다.
지난해 미국 프로야구 트리플 A 다승 2위(14승6패, 평균자책 4.08)의 실력파 해리거는 시범경기 첫 등판인 14일 대구 삼성전에서 탈삼진 5개를 잡아내는 등 선발 5이닝 4안타 1실점의 안정된 피칭을 선보였다.
21일 광주경기에선 선발 6이닝 동안 단 1안타만 내주고 해태 타선을 틀어막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최고 148㎞의 수준급 스피드에 특히 제구력이 뛰어나 올 시즌 LG 선발투수로 낙점을 받았다.
LG는 병역비리문제가 해결된 서용빈까지 올해부터 1루에 복귀하게 돼 최향남과 김재현이 조기 가동된다면 현대 삼성 못지않은 전력을 가질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날 시범경기에서 최경환과 해리거가 맹활약한 LG는 해태를 12-1로 완파했고 마산경기에선 두산이 8-2로 롯데에 이겼다. 대구에선 장종훈이 연타석 홈런을 치며 관록을 과시한 한화가 8-4로 삼성에 승리.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