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작 '월드클래스를 향하여' 펴낸 구본형씨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대량실업의 삭풍이 몰아치던 1998년. “고용자에게 매달리지 말라. 그의 선처와 관용을 바라지 말라. 가장 확실한 밥그릇의 확보는 당신이 항상 그것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98년작, ‘익숙한 것과의 결별’ 중)라는 당당한 메시지로 일약 화이트칼라군의 인기 저술가로 떠올랐던 구본형(46·변화경영전문가). 그가 벤처열풍이 몰아치는 2000년 봄 신작 ‘월드클래스를 향하여’(생각의 나무)를 내놓았다.

전작 ‘익숙한 것…’‘낯선 곳에서의 아침’(99년)이 샐러리맨 개개인의 자기혁명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면 이번 책은 기업의 ‘내적 경영 혁명’을 요구하는 것이다. 타겟 독자는 물론 ‘혁명’을 결심해야 할 최고경영자들이다.

목표점은 ‘세계표준(World Wide Standard)에 걸맞는 기업’ 만들기. 그 목표를 향해 출발해야 할 자신의 기업이 어느 수준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척도로 미국의 대표적 경영품질 기준인 ‘볼드리지(Baldrige) 모델’을 제시했다.

-왜 한국 기업의 경영혁명을 얘기하게 됐는가?

“더 이상 한국이라는 배타적인 시장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안에서 잘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국이든 어디든 세계의 어떤 룰을 적용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시기적으로 왜 지금인가?

“벤처나 인터넷기업의 성공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는 새로운 경제시대를 맞고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다 벤처가 될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기존의 제조업체가 어떤 식으로 변화와 개혁을 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닷컴(.com)으로 명칭을 바꾸는 껍데기의 변형만 갖고는 성공할 수 없다. 내적인 체질변화가 필요하다.”

볼드리지 모델은 80년대 일본기업들에 밀리던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고안된 혁신안. 미국 정부는 89년 이래 매년 최우수기업에 상을 주며 이 모델로의 변화를 독려했다. 화려한 수상기업 명단에서 메릴린치, AT&T, 페더럴 익스프레스, 모토롤라, 보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볼드리지 모델을 설명하는 이론서는 한국에도 이미 여러종 나와 있지만 구씨는 에세이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문체로 ‘장점은 정교함이고 단점은 복잡함’인 이 모델을 풀어 설명했다. 91년∼ 96년 IBM의 자체 볼드리지 평가관으로 아시아지역 IBM의 경영상태를 진단한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볼드리지 모델이 제시하는 7가지 경영기준은 ‘리더십’‘전략기획’‘시장과 고객’‘정보와 분석’‘인적 자원’‘프로세스 관리’ ‘경영성과’다. 책의 제1장에서 ‘한국 기업은 이 중 절반밖에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

“한국기업에는 정보와 분석, 전략기획, 프로세스 관리가 결여돼 있다. 역시 문제의 근원은 ‘정보’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정보란 경쟁사의 동향파악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과 고객의 요구, 내 기업의 장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것이 모두 정보다. 정보가 없으니 당연히 전략적 기획도 나올 수 없다. ”

-왜 볼드리지 모델을 강조하는가?

“고객중심의 원칙 때문이다. 시장에서 패배하지 않으려면 시장이 원하는 것,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좋은 경영이란 ‘고객을 돕는 경영’이다. ”

그는 최근 20년간 몸담았던 한국IBM을 떠나 1인 경영연구소를 차렸다. 자신의 책 제목대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고한 것이다.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묻자 “글 쓰고 읽는 일, 강의, 컨설팅을 각각 3등분해서 시간을 투자하겠다” 고 밝혔다.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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