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朴회장의 뻔뻔스러운 여당行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박상희(朴相熙)중소기업협동조합 중앙회장의 민주당 입당은 어이없다는 차원을 넘어 뻔뻔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가 조합 차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중소기협법을 들먹이면서도 회장 직함을 그대로 지닌 채 ‘개인 차원’으로 입당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우선 그가 중소기협 회장이 아니라면 민주당이 비례대표까지 약속하며 입당교섭을 벌였을 리 없다. 박회장도 스스로 중소기업인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여당에 입당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그는 중소기협 단위조합장 등 200여명을 무더기로 동반해 입당했다. 이러고도 ‘회장 박상희’와 ‘개인 박상희’는 다르다고 우기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박회장의 입당이 정당법 국회법상으론 하자가 없을지 모르나 중소기협법은 어긴 것으로 본다. 입당을 취소하든지, 중앙회장 자리를 내놓든지 분명한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그의 입당에 즈음하여 민주당 관계자들이 하는 말도 듣기 거북하다. “재벌체제를 약화시키고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하려는 구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는데 여당이 중소기업하는 사람 몇 명을 데려와 경제를 재편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일을 이런 식으로 하니 ‘신종 정경유착’ 소리를 듣고 “당신들이 그러고도 정경유착 고리를 끊자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기업하는 사람을 가만 놔두지 않고 정치판에 끌어들이는 행태다. 기업인이 현장 경영에 전념하기보다 정치판이나 기웃거리며 기업 이익까지 도모하려 한다면 나라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무리 사회가 다기화(多岐化)하고 여러 집단의 목소리가 커지는 점을 인정한다 해도 이익단체의 장과 간부들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지도 않은 채 고스란히 정당으로 데려가는 행위는 단견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이익단체의 장들을 끌어모으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정당이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사회 유력인사를 끌어들이는 것까지 탓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장태완(張泰玩)재향군인회장 박인상(朴仁相)한국노총위원장 등 선출직 민간단체장들이 회원들과의 약속인 임기도 채우지 않고 민주당에 들어갔다. 그들은 박상희씨와는 달리 장 직함을 내놓고 갔지만 어쨌든 공인으로서의 약속을 저버렸고 해당단체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뢰도에 누를 끼쳤다는 비난의 소리를 듣는다.

선거승리만을 위한 정당의 세불리기는 사회의 다른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 집권당의 선거 후 행보에도 절대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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