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내친구]스노보드마니아 여현희씨

  • 입력 2000년 3월 1일 19시 31분


‘남이 하는 것은 하기 싫다.’

패러글라이딩과 롤러블레이드 윈드서핑 포켓볼도 그래서 시작했다. 일찌감치. 그렇다면 스노보드는?

94년 친구들과 무주리조트에 놀러갔을 때였다. 우연히 훔쳐본 스노보더의 묘기에 혼이 나갔다. 환상적인 곡선을 그리며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습…. 바람결에 흐느적거리며 떨어지는 가을 낙엽도 이보다 아름다울 순 없었다.

‘자유인’ 여현희씨(29). 매년 겨울이 돌아오면 설원에서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긴 머리를 날리며 슬로프를 가장 멋지게 내려오는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아슬아슬한 점프 묘기를 거침없이 해내는 여자가 있다면 바로 그다.

여씨는 충북 제천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상경, 그래픽디자이너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원래 운동을 좋아해 주말마다 신문에 난 무료 강습 코너를 찾아다니며 스포츠를 즐기는 게 인생의 낙. 남들이 하는 것은 하기 싫어 이색 스포츠만 집중 공략했다.

그러다 만난 것이 스노보드. 천년만에 맞은 연인처럼 스노보드가 그의 가슴을 불태웠다. 경쾌한 카빙턴, 새처럼 솟구치는 점프, 짜릿한 스위치….

미친 듯이 타고 배웠다. 하지만 기량은 일취월장해도 늘 아쉬움은 짙어갔다.

“그래. 하고 싶은 것을 하자. ”97년 직장을 그만뒀다. 이듬해 제천 대원과학대 레저스포츠과 새내기로 명함을 바꿨다. 스노보드에 인생을 걸기로 작정한 것.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스노보드 제조업체인 살로몬에서 광고스폰서 제의가 들어왔다. 각종 대회에서 입상도 했다. 강원 평창 보광휘닉스파크 명예 홍보위원으로도 위촉됐다. 광고 출연료와 강습료로 버틸 만 했다. 여름엔 그래픽디자인 프리랜서로 뛰면 되니까. “시집은 언제 갈거냐고요? 당분간 생각 없어요. 지금 생활이 이렇게 즐거운데 남자가 비집고 들어올 틈이 있겠어요. 서른 중반쯤 생각해보죠.”

여씨는 카빙턴에 맞춰 4분의 2박자 “산토끼 토끼야∼” 노래를 흥얼거리며 슬로프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초보자는 프리스타일 보드가 좋아▼

스노보드 인구는 신세대를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 스노보드를 처음 배우려는 사람이 참고해야 할 사항을 프로 스노보더 김현식씨(32·로시뇰)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장비 선택〓스노보드는 프리스타일과 알파인 보드 두 가지로 나뉜다. 알파인 보드는 카빙 전문인 반면 프리스타일 보드는 라이딩, 보더크로스, 하프파이프, 점프, 백 컨추리 등 다양한 용도에 적합하다. 초보자가 빨리 배워 즐기기에는 프리스타일 보드가 좋다.

보드의 길이와 함께 잘 맞는 부츠와 바인딩 선택도 중요하다.

보드는 자신의 발끝에서 턱이나 코에 이르는 길이가 적합한데 체중이 무거운 사람일수록 다소 긴 것이 적합하다. 부츠는 발에 딱 맞는 것이 좋다. 작을 경우 발에 통증이 생기고 너무 크면 에징을 하기가 힘들다. 바인딩은 스트랩(줄)을 묶고 풀기 편해야 하고 보드에 장착했을 때 보드 앞뒤로 너무 튀어나오지 않은 채 발가락쪽과 뒤꿈치쪽이 동일하게 튀어나오도록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기〓스노보드를 혼자 배운다는 것은 일단은 모험. 인간이 익숙한 방향이 아닌 사이드 스탠스(옆으로 선 자세)로 움직일 뿐더러 처음에 익힌 자세는 중 상급이 되면서도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각 리조트마다 강습 코너가 마련돼 있으므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것이 정석이다.

▽부상예방법〓보딩은 하체 근육을 많이 이용하지만 넘어질 때 주로 상체를 다치기 십상이므로 타기 전 어깨와 팔목, 허리를 집중적으로 스트레칭해야 한다.

보딩을 하고 난 뒤의 스트레칭 역시 근육 경화 현상을 방지, 갑작스러운 운동으로 생길 수 있는 후유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프로텍터(팔목, 무릎, 엉덩이용)를 착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제품을 고를 때는 되도록 두꺼운 것을 선택해 넘어지는 두려움에서 해방되는 것이 중요하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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