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국립대총장 직선제폐지]이현청/선거후유증 커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1분


《교육부가 최근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추진 방침을 밝혀 대학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의 폐해로 파벌 형성,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 나눠먹기 등을 들고 있으나 상당수 교수들은 대학의 자율화와 민주화를 후퇴시키는 처사라며 반발한다.》

지난 10여년간 시행된 대학 총장 직선제의 재검토 방침이 나온 것은 본래 취지와 달리 이 제도의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됐기 때문일 것이다. 총장직선제의 도입 취지는 대학 구성원들의 뜻에 반하는 이사회의 독단이나 정실인사 등을 막고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화,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부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운영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우선 총장 선출과정에서 학연 지연 혈연을 동원한 타락한 선거풍토와 선거 휴유증으로 인해 대학 구성원간에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어졌다. 선거과정에서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 배정과 인사문제, 공약남발도 골칫거리다. 결국 행정력과 총장의 지도력 약화를 초래한다. 21세기의 전략적 대학경영 시대에 걸맞는 비전과 능력을 갖춘 총장이 필요한 시점임을 감안할 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와 함께 직원 학생 동창 등도 투표권을 달라는 요구를 둘러싼 갈등과 능력있는 외부인사 영입 차단으로 인한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대학내 몇몇 제한된 총장 후보자들과 추종 세력들의 총장직에 대한 지나친 집념이 대학 전체의 연구풍토를 저해하고 대학을 정치의 장으로 변질시키는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일부 대학에서는 외부 인사에게도 총장후보를 개방하는 등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문제가 많은 실정이다. 직선제 폐지가 민주화나 대학 자율화를 외면하는 처사라는 논리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대안을 고려해야 할 때다. 다만 교육부가 모든 대학에 획일적으로 직선제를 폐지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의 자율에 맡기되 직선제를 포함한 다양한 모델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현청(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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