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Metropolitan Diary]인생은 기다림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8번가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 사람이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오늘이 내 생일이야, 75번째 생일이란 말야.” “그런데 지난 세월동안 내가 한 일이라곤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린 것뿐이란 말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하고 내가 참견을 하자 노인은 “한 평생 무엇을 기다리거나 누구를 기다리다 끝난 것 같단 말야”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노인은 주문을 외듯 다음과 같이 읊조렸다.

18세가 되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면도할 날이 오기를/ 투표할 날이 오기를/ 술집에 마음놓고 들어가 한잔 꺾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어서 빨리 커서 여인을 사랑할 수 있기를/ 결혼할 날이 오기를/ 첫 아이가 태어나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가/ 아,아, 그러다 이제는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으니…/에이, 빌어먹을 이 놈의 버스마저 기다려야 하니. 더 이상 못참겠다.

그러고는 줄에서 빠져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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