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천혁명' 기대 저버렸다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민주당이 전국 227개 지역구 가운데 1차로 166곳에 대한 공천자 명단을 17일 발표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민주당측이 그동안 강조해온 ‘공천혁명’의 실천과는 거리가 멀고, 정치가 바뀌기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도 못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민주당측은 공식 논평에서 ‘수도권에서 30, 40대 전문가나 개혁적인 인재가 이처럼 많이 진출한 것은 정당 역사상 없는 일’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시민단체측의 반발이나 비판은 차치하고, 우선 텃밭이라고 하는 호남지역의 공천을 보면 누가 보아도 ‘개혁’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현지 37개 지역구 가운데 현역의원이 18명 탈락해 겉으로는 50% 가까이 교체가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실제로 없어진 지역구가 8개인점을 감안하면 30% 정도의 교체에 지나지 않는다. 탈락자 중 한두명이 앞으로 전국구에 배려되리라는 보도이고 보면 결과적으로 30%에도 못미치는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국회 내의 날치기 사회 등으로 시민단체의 공천 부적격 명단에 세번이나 오른 의원을 굳이 공천하고, 청문회 등에서의 과잉충성 ‘저품위’ 발언으로 시민단체의 지목을 받은 전국구의원이 지역구공천을 받는가 하면, 비슷한 유형의 비리로 낙천명단에 오른 중진 가운데도 누구는 공천을 받고 누구는 떨어져 그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당초 시민단체의 명단을 적극 참고하리라던 민주당의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은 자기편의에 따라 시민단체의 낙천명단을 이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당장 광주 전남의 ‘정치개혁 시도민연대’측에서도 “기대에 못미치고 개혁적이고 참신하지 못한 공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전북총선연대 지휘부는 “전남에 비해서도 전북은 물갈이가 더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서는 해당의원에 대해 공천철회운동과 함께 공천무효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자세다.

영남지역에서 역시 낙천명단에 오른 인사들을 대거 공천한 것은 ‘지역구도’에 따른 민주당의 한계라고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국민의 거부감과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무려 세차례나 명단에 오른 부산의 두 현역의원과 경북의 한 의원이 공천을 따냈다. 그러나 민주당은 영남지역 일부에서는 공천자를 내지 못할 것 같다고 한다. 지역구도 타파와 관련,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수도권의 ‘신진기예’로 내세운 이른바 386세대 후보들 상당수를 이곳 저곳으로 옮겨가며 표심(票心)을 떠본 것은 당선 가능성만 앞세우는 바람에 그들을 ‘철새’로 만들었다는 지적도 민주당측은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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