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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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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절, 역사드라마에서 조선조 태조와 태종, 세조의 스토리는 대개 미화된 적이 많았다. 이들 세 인물의 집권과정은 요즘으로 치면 쿠데타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과거 군사정권에서는 이들의 이야기가 드라마에서나마 부정적으로 다뤄지는 것을 싫어했다. 드라마 진행상 임금의 외척을 엄벌하는 내용을 다룰 때에도 당시 대통령의 외척들에 대해 나쁜 소문이 떠도는 상황이면 해당 작가는 상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다.
▷역사드라마가 다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왕과 비’와 ‘허준’이 그렇다. 잘 알려진 내용인데다 전에도 여러 번 드라마로 만들어진 스토리건만 볼수록 재미가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실제 역사가 주는 생동감 때문일까. 그보다는 작가들의 탄탄한 구성력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제 드라마의 역사해석을 둘러싼 정치적 시비는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드라마가 역사적 사실에 어느 정도 근접한가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왕과 비’에서는 왕실 여인들의 권력투쟁이 과장되게 묘사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있고 ‘허준’에서는 극중 허준의 스승으로 나오는 유의태가 허준보다 후대의 인물이라는 점 등 오류가 지적되고 있다. 드라마가 수백년 전의 일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역할도 아니다. 반대로 재미와 시청률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일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이 점에서 두 드라마는 분명 한계를 지니고 있다. 역사를 재미의 측면에서만 접근하려 하면 역사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역사흐름의 큰 ‘숲’을 보지 못할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의 역사드라마 ‘뒷조종’ 못지 않게 요즘 TV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의 상품화 추세가 걱정되는 이유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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